부진 예상 뒤엎고 5연승 질주 비결은

강한 조직력·다양한 공격 루트로 무장

완벽한 로테이션 수비·주전 고른 활약

지난 18일 인천 전자랜드가 고양 오리온스를 꺾고 파죽의 5연승을 내달렸다.

22일 현재 리그 단독 5위로 6위권과의 격차는 4게임, 4위 부산 KT와는 격차는 1게임이다.

아직 5라운드가 남아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6위까지 가능한 포스트시즌 진출은 안정권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놀라운 일이다. 시즌 시작 전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전자랜드가 하위권에서 맴돌 것이라 예상했기 때문이다. 시즌을 거듭하며 더욱 강해지고 있는 전자랜드의 이 마법 같은 비결은 무엇일까.

지난 21일 인천삼산체육관 보조경기장에서 유도훈 감독을 만나 그 답을 들어봤다.


▲개인과 팀이 가야 할 목표 제시

전자랜드는 강혁의 은퇴와 문태종의 이적으로 경험 많은 선수들이 빠져나가면서 다른 팀과 비교해 비교적 어린 선수들이 팀의 중심이 됐다. 좋게 말하면 젊은 팀이 됐고, 나쁘게 말하면 경험있는 선수가 부족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유도훈 감독은 시즌 개막에 앞서 워크숍을 갖고 선수들로 하여금 선수와 팀이 가야할 방향에 대해 스스로 발표하도록 했다. 목표를 명확히하고, 항상 다음을 생각하며 농구를 해야한다는 가르침이다.

"선수들에게 항상 '다음'을 생각하라고 말합니다. 개인은 누구나 공격수에게 뚫릴 수 있지요. 하지만 팀은 뚫리면 안됩니다. 우리 선수들 개개인은 뛰어난 역량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순 없습니다. 그렇지만 1명이 뚫리면 다른 사람이 막아주고, 또 뚫리면 다른 사람이 막아주는 플레이를 하는 게 중요합니다."

"경험이 없는 선수들은 실수 한번에 와르르 무너지기 쉬운데 자책하며 연연하면 안됩니다. 빨리 잊고 다음 플레이를 생각해 피해를 줄이고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이 같은 유도훈 감독의 지도 원칙은 이현호와 포웰을 통해 선수들 속에 녹아 들고 있다.

▲선수 개개인에 강력한 동기 부여

지난 18일 고양 오리온스와의 홈 경기에서 유 감독은 정영삼을 강하게 질책했다. 기회가 왔는데도 슛을 던지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정영삼은 팀의 에이스 입니다. 영삼이의 활약 여부에 따라 팀이 질 수도 있고 이길 수도 있습니다. 나아가 영삼이는 박성진과 함께 앞으로 몇년 동안 팀을 중흥을 이끌어 나갈 선수입니다. 그리고 이런 제 믿음을 정영삼 선수에게 항상 이야기 합니다. 그런데 기회가 왔을 때 슛을 주저하면 절대 발전할 수 없습니다."

여기에 유도훈 감독은 지난 9일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캡틴 이현호를 플레잉 코치에 앉히고, 외국인 선수 포웰을 주장으로 뽑았다.

"이현호는 감독인 내 의중을 팀원들에게 잘 전달하고 맏형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그렇지만 경기를 계속 뛸 수 있는 체력은 아니다. 그래서 경기 내내 이현호를 도와 팀을 이끌고 나갈 경험있는 선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포웰이 적격자라고 생각했습니다."

"포웰은 경험이 적은 동료들에게 훌륭한 조언을 해 줄수 있는 선수이기도 하고, 주장을 맡으면 책임감도 더 크게 느껴 솔선수범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유 감독의 이같은 판단은 적중했다.
 

   
▲ 삼산체육관 보조경기장에 걸려있는 현수막에는'디펜스의 끝은 리바운드다!'라고 적혀있다. 이는 유도훈 감독이 평소 선수들에게 강조하는 말이다.


▲끈끈해진 전자랜드 파죽의 5연승

"수비는 헌신적인 선수가 하는 게 아닙니다. 누구나 모든 선수가 당연히 해야 하는 임무입니다. 수비하는 게 헌신이고 희생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당연한 임무라고 여겨야합니다."

"마찬가지로 공이 있을 때만 잘하는 선수가 아니라 나에게 공이 없을 때도 잘하는 선수가 되어야 합니다. 공 받기 전과 후 어떻게 플레이 할 지 머리 안에 그리고 있어야 하는 것이지요."

지난 18일 고양 오리온스와의 경기에서 승리한 뒤 김상규는 인터뷰를 통해 "전자랜드에 스타는 없는 것 같다. 감독님도 그렇게 말씀한다. 수비부터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경기에서 오리온스 주득점원 앤서니 리처드슨을 꽁꽁 묶으며 제 역할을 다했다. 이현호, 차바위도 리처드슨을 번갈아 마크하며 전자랜드는 이날 완벽에 가까운 로테이션 수비를 보여줬다.

악착같은 수비는 높이가 낮은 전자랜드가 상대를 이길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다. 이 때문에 미스매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로테이션 수비는 선택이 아닌 필수에 가깝다.

최근 전자랜드는 이같은 수비 능력을 바탕으로 팀의 주전 선수들이 고른 활약을 보이며 5연승을 내달리고 있다.

포웰이 경기 전체를 조율하며 공격을 진두 지휘하고, 돌파에 능한 정영삼과 슛이 정확한 정병국이나 외곽에서 받쳐주는 차바위 등이 절묘하게 결합해 전자랜드의 공격력이 완성된다.

팀과 개인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 지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 선수들이 강력한 수비조직력과 다양한 공격 루트로 무장한 것이다.

유 감독의 지속적이고 일관된 방향 제시와 강력한 동기부여가 선수들의 자발적인 의지와 결합해 경기력에 반영되는 것이다.

전자랜드가 쉽게 무너지지 않고 은근히 까다로운 팀으로 거듭난 이유다.

▲"약점 있지만 계속 우승에 도전할 것"

경험있는 선수가 적은 전자랜드에게 약점이 없을 리 없다.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지적하는 전자랜드의 약점은 바로 '경험부족'과 '높이'다. 강혁과 문태종이 빠져나가면서 전자랜드에는 이현호, 정영삼, 정병국 등이 가장 경험이 많은 선수다.

이현호는 고참급이지만 정영삼과 정병국은 사실 다른 팀에 가면 풍부한 경험으로 팀을 이끄는 고참급 선수라고는 볼 수없다.

때문에 이현호, 한정원 등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하다.

여기에 유 감독은 무릎 부상으로 뛰지 못한 주태수를 훈련에 참가시킬 예정이다.

골밑 수비력이 매우 뛰어나고 희생정신이 대단한 주태수는 전형적인 전자랜드 스타일이다.

여기에 오는 29일 전역하는 함누리 역시 팀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유감독은 기대하고 있다.

"신인 드래프를 통해 영입한 임준수와 이정제, 함누리와 주태수 등을 끊임없이 코트에서 점검하며 경합을 유도할 것입니다. 누가봐도 상대방이 나보다 낫다고 인정할만한 실력을 보여주는 선수가 관중들 앞에 서게 될 것입니다. 아직 6강 플레이오프를 논할 시기는 아니지만, 끊임 없이 우리는 우승을 향해 도전할 것입니다."

"어떤 상대를 만나도 쉽게 지지 않는 팀, 연승보다 연패를 하지 않는 팀이 좋은 팀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기본에 충실하고 열심히 준비하는 팀이 될 것입니다. 이를 무기로 코트에서 집중해야 화려함도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결과에 앞서 과정을 충실히 한다면 반드시 우승하는 날이 올 것입니다."

/글 이종만·사진 황기선기자 malema@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