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식 인천문화재단 대표이사

   
 

자생력·직원역량 강화 통해 문화발전 조력

백서 발간준비·도서관 연계 프로젝트 구상      

내부소통·겸손의 미덕 실천



"어이쿠 오셨네. 잠깐만 기다리세요, 차 들어오면 시작합시다."

기자가 사무실을 방문했을 때, 그는 곁눈질로 힐긋 쳐다보았을 뿐 컴퓨터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 전 같았으면 얼른 일어나 테이블로 왔을 것이었다.

'시인'이거나 혹은 '야인'으로 불리던 김윤식. 그는 이제 공공문화기관의 대표가 돼 있었지만, 뒷머리칼을 길게 내린 '아티스트' 같은 헤어스타일과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는 여전했다.

조금 뒤 차가 들어오자 그가 테이블로 와 앉았다.

커피잔 위로 피어오르는 김이 그의 은발을 타고 연기처럼 퍼져나갔다.

"이제 조금 적응이 되는 것 같아요. 처음에는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더라고."

찻잔을 입에 댔다 뗀 김 대표가 웃으면서 말했다.

"이제 한달 좀 지나신 것 같습니다. 그동안 어려운 건 없으셨어요?"

기자의 질문에 그가 다시 찻 잔을 입에 가져갔다. 일순 그의 표정에 그늘이 드리워졌다.

"글쎄, 뭐 어렵다기보다 조금 외롭고 쓸쓸했어요. 인생 사는 게 다 이런건가 하고, 아들 손주만 없었다면 … ."

그의 '없었다면 … '의 말 뒤에는 "차라리 대표직을 수락하지 않고 싶었다"는 말이 생략됐던 것처럼 보였다.

김 대표의 얘기인즉슨, 지난 해 말 자신의 대표이사 선출을 두고 성명을 발표하는 등 반발하는 움직임 때문에 힘들었다는 것이었다.

"다들 같은 하늘 아래 사는 사람들인데 … , 아무튼 경솔하게 행동해서는 안되겠다고 굳게 마음 먹고 시작했어요. 이제는 조금 편안하고 행복할 때도 있어요."

김 대표는 자신이 대표가 되자 "반대편에 서 있던 사람들이 맹렬한 공격을 해 왔다"며 "아무리 슬퍼도 웃고 즐기고 하는 스타일이라 외롭긴 했지만 행동을 자제했다"고 털어놨다.

   
 

▲올해 설립 10주년 … 다가올 10년 준비

이제 서서히 안정을 찾고 있다는 그에게 앞으로의 재단 운영방안을 물어 봤다.

마침 올해가 설립 10주년이 되는 해여서 남다른 의미가 있기도 했다.

"전임 대표님들이 10년 동안 잘 닦아놓은 토대를 바탕으로 앞으로 10년을 생각하는 살림을 해야할 것 같아요."

그는 "예산이 많이 줄어 현재 안팎으로 어려운 여건 속에서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며 "앞으로 10년, 20년을 내다보는 생각으로 자생력을 기르고 직원들의 역량 강화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한 기금운영위원회를 만들어 효율적인 기금 활용방법을 찾아봐야 할 것 같아요. 이를테면 기금을 이자율이 높은 곳에 투자한다든지 하는 것이지요. 기업들이 후원하는 기업메세나의 정착에도 신경을 써야 할 것 같아요. 작게는 '플랫폼'과 같은 잡지의 정기구독 확장 등도 포함될 수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그가 생각하는 인천문화재단의 역할은 무엇일까.

"역시 지역문화예술이 발전하고 그러한 문화예술 결과물을 시민들이 아주 맛있게 섭취할 수 있도록 뒤에서 묵묵히 지원하는 것이겠지요."

그는 "재단에서는 가능한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두루두루 지원해주고 싶다"며 "그러나 지원금 절대액수가 한정돼 있기 때문에 부득이하게도 지원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작품성이 뛰어남에도 아쉽게 지원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있어요. 그렇지만 이는 한정된 금액을 과학적이고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가피한 일입니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소액다건으로 가다보면 이도 저도 안 되게 돼 있거든요. 30명 지원하면 그 중 10명 정도만 선정할 수밖에 없어요."

이 때문에 그는 "지원에서 제외된 사람들은 지원금을 못 받았다는 불만을 제기하기에 앞서 자신의 작품에 더 많은 열정과 노력을 담는 것이 필요하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단에서는 보다 많은 분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강조했다.


▲유쾌한 소통 위해 지역속으로 들어갈 터

재단이 관료적이고, 재단직원들이 공무원 같으며, 지역과 괴리감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그는 할 말이 있다고 했다.

"처음 재단이 출범할 때 외지에서 온 젊은 직원들이 지역정서나 지역사람들을 잘 몰랐던 게 사실입니다. 그러다보니 지역의 문화예술계와 약간의 불협화음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나 벌써 10년입니다. 직원들 대부분이 인천이라는 지역을 이해하게 하게 됐어요. 이제 비로소 '유쾌한 소통, 아름다운 연대'를 이루게 됐다고 봅니다."

그는 직원들에게 상대방의 눈을 쳐다보지 말고 구두를 보라고 주문한다고 했다. 이는 눈을 낮추고 겸손한 자세로 다른 사람들을 받들라는 의미이다.

그래서인지 가끔 밖에서 '인천문화재단에 갔더니 누가 누가 친절하더라'라는 얘기가 들려온다고.

"제가 하루에 꼭 한번씩은 재단 안팎을 돌아봅니다. 그 때 칭찬이 들어온 직원들을 찾아가 상으로 초콜릿도 선물하고 등도 두드려 줍니다. 앞으로 그런 일이 점점 더 많아질거라고 확신합니다."

그 역시 낮은 자세를 솔선수범하기 위해 취임하자마자 전임대표들이 한 번도 가지 않았던 곳을 찾아가 인사를 하고 다녔다.

그랬더니 인천문화재단 대표가 방문한 게 처음이라며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김 대표는 내부 직원 간 소통문제에도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소통의 다른 말은 사랑, 우애라고 생각합니다. 직원들을 개별 면담하면서 마음속으로부터 서로를 따뜻하게 대하고 낭만적인 직장생활을 하라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그렇잖아요, 하루의 대부분을 직장에서 보내는데, 게다가 직원들도 몇 안 되는데 여기서마저 소통이 안 된다면 어떻게 인천시민들에게 유쾌한 소통을 얘기할 수 있느냐 그 말이지요."


▲재단 10년 백서 발간 등 新프로젝트 계획

임기 첫 해이지만 김 대표는 기존의 사업과 함께 새로운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다.

"우선 지난 10년의 기간을 결산하고 정리하는 인천문화재단 10년 백서를 발간해야 할 것 같구요. 내년 책의수도를 맞아 도서관들과 연계한 사업을 구상중입니다. 물론 전부터 해오던 사업은 계속 진행해야 하겠지요."

공공기관의 대표가 된 뒤 그는 생활패턴이 180도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지난 20년 동안은 놓아 먹인 말 새끼처럼 살아온 것 같아요. 그렇게 지금까지 저 혼자 사는 삶을 살았다면 앞으로 3년간은 저잣거리에서 많은 분들과 마주치며 살아야 할 것 같아요. 대표이사의 임무를 썩 잘하지는 못해도 크게 못하지도 않을 겁니다."

아울러 그는 재단에 대한 비판적, 비평적 시각도 좋지만 재단이 잘 할 때는 "잘한다"는 칭찬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실제 지금까지 잘 해온 것도 많다고 덧붙였다.

"인천시민들로부터 그 놈의 단체 정말 재밌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잘 봐주십시오."

/글 김진국·사진 양진수기자 freebird @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