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관 포토에세이'어머니의 실크로드'출간
   
▲ 이른 새벽 그 무거운 함지박을 가녀린 목으로 지탱을 하며 수인선 기차를 타고 수인역에서 손수 가꾸신 농산물을 팔기 위해 소래역으로 향하는 어머니.


"요즘도 나는 어머니가 미치도록 그리울 때는 어머니가 살아생전 장사 다니시던 그 황톳길을 찾아 걷고 또 걷는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이 길을 '어머니의 실크로드'라고 부르게 되었다."

사진가 최병관이 펴낸 '어머니의 실크로드'는 사진으로 바치는 사모곡이다.

인천 소래출신으로 휴전선 155마일을 민간인 최초로 사진으로 기록한 최병관 사진작가의 어머니에게 바치는 포토 에세이다.

사진작가 최병관이 태어나고 살아온 고향은 인천시 남동구 논현동 산뒤마을 101번지다. 수인선 협궤열차가 하루에 세 번, 시내를 오가는 버스가 하루에 고작 세번을 오가는 깡촌마을이었다.

보자기로 둘둘 만 책 보따리를 어깨에 둘러메고 흙먼지 날리는 황톳길과 철길 따라서 초등학교를 한 시간 가까이 걸어 다녀야 했던 그 길은 그와 고향 사람들이 오래오래 걸어온 길이었다.

그리움과 아픔이 함께하는 이 길을 최병관은 '어머니의 실크로드'라고 이름 붙였다. 이후 그는 사진으로 추억 속의 소래포구와 고향마을, 그리고 어머니를 되살려냈다.

그리스 3대 비극 작가 중의 한명인 에우리피데스는 '하늘로부터 받은 선물 중 어머니보다 더 훌륭한 선물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그의 말처럼 어머니라는 선물이 없었다면 이 세상은 아마도 더 비극적이었을 게 틀림없다.

영국문화협회가 세계 102개 비영어권 국가 4만 명을 대상으로 '가장 아름다운 영어 단어'를 묻는 설문조사 결과, 'Mother(어머니)'가 선정되기도 했다. 어머니를 담기 위해 사진을 시작했던 최병관 사진가에게 어머니란 말은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어머니 살아생전의 따뜻한 기억부터 가슴 아린 추억까지,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어머니에 대한 저자의 그리움에 독자들 역시 눈시울이 붉어지는 순간과 마주하게 된다.

어머니라는 단어가 주는 아름다움과 가슴 아린 그리움을 한 권의 책에 모두 담아 낸 최병관 사진가의 포토 에세이 '어머니의 실크로드'는 독자들을 고향마을로 데려다 준다.

트리밍, 포토샵과 같은 인위적인 가공을 전혀 하지 않은 작가의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사진과, 힘들었지만 아름다웠던 어머니와의 삶을 관조적으로 담아낸 글들. 이 책을 읽는 동안 독자들은 내내 어머니를 떠올리며 울고 미소짓게 될 것이다.

'얼마 후 철교 끝에서 어머니가 바구니를 이고 힘없이 걸어오셨다. 어머니는 창백한 얼굴로 다리를 건너오자마자 철길에 주저앉아 숨을 몰아쉰 다음 바구니에서 시루떡 한 조각을 내게 건네주셨다. 나는 날름 받아 단숨에 먹어버렸다. 어머니는 나를 바라보기만 하셨다. "언제 또 떡 얻어 올 거야?" "그렇게 맛있니?" "그럼 엄니는 떡을 싫어해?" "그래. 떡과 고기 같은 걸 먹으면 배가 아파." "근데 난 왜 배가 안 아프고 떡만 먹으면 오히려 기운이 날까?" "너도 이담에 장가가서 아이 낳아 키울 때면 배가 아플 거야." 하지만 떡과 고기를 먹으면 배가 아프다는 어머니의 말뜻을 비로소 알게 되었을 때, 어머니는 세상에 안 계셨다.(본문 '공포의 소래철교' 중)

/김진국기자 freebird@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