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은 결실의 계절이다. 가까운 교외로 나서면 들판은 온통 누렇게 익어 추수를 기다리는 곡식들이 황금물결을 이루고 있다. 유난히도 비가 많이 내렸던 지난여름의 농사걱정을 말끔히 씻어주는 결실이기에 더욱 풍요로워 보인다.

 가을 농촌은 어느 곳을 봐도 넉넉함이 배어있다. 아무렇게나 뻗은 줄기 사이로 누렇게 익은 호박이 여기저기 달려있고 텃밭의 채소들도 무성하게 앞다퉈 몸집을 불리고 있다. 커다란 참나무 밑을 지나다 보면 툭 툭 도토리 떨어지는 소리가 발길을 멈추게 한다.

 우리네 어머님들은 바람에 떨어지는 도토리 한 알이라도 예사로 지나치지 않으셨다. 바쁜 추수철에도 몇날 며칠 한톨씩 모아서 껍질을 벗기고 맷돌에 갈아 하얀 가루가 될때까지 갖은 정성을 다해 도토리 가루를 만드셨다. 울타리안의 감나무에도 차츰 붉어지기 시작한 감이 가지가 휘어지게 매달려 있다. 어느새 잎사귀는 거의 다 떨어지고 빠알간 감만이 공중에 달려있는 모습이 한폭의 풍경화를 보는듯 하다.

 그러나 최근에는 도심 일부 간선도로에서도 시골에서나 풍겨나올 법한 가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가로수로 유실수인 감나무를 심어 한창 감이 익어가고 있는 것이다.

 삭막하기만 한 도시의 거리에서도 계절을 느낄 수 있고, 꽃이 핀 봄부터 여름을 지나 붉은 감으로 익어가는 과정을 수많은 도시민, 특히 자라나는 어린아이들이 볼 수 있으니 교육적으로도 매우 유익하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유실수들을 공원이나 도심에 심어 열매가 익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