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도시인문학센터, 한울아카데미, 200쪽, 1만8000원
   
▲ <파도위의 삶,소금밭에서의 생>인천도시인문학센터, 한울아카데미, 200쪽, 1만8000원


납북 선박기관사 · 마지막 염전일꾼 구술

보통사람들 눈으로 본 인천 옛모습 담아

화수부두 · 대한염업 등 현대사 고스란히



인천에서 평생을 살아온 그들의 이야기, 평범한 사람들의 눈으로 본 옛 인천의 구석구석의 모습이 담긴 책이 발간됐다.

새책 <파도위의 삶, 소금밭에서의 생>(한울아카데미·200쪽)은 인천도시인문학센터의 '인문도시연구총서' 제1권으로 발간한 책이다. 지난해 채록한 인천 시민 두 사람의 생애를 구술로 엮은 책이다.

제1장은 김재근 씨가 일제강점기 일본인 지주 밑에서의 머슴 생활, 고단한 해방기와 한국전쟁기의 군대 생활, 부도로 끝난 벌목업, 하인천에서 시작된 기관사로서의 평생을 구술하고 있다. 그는 기관사로 일하다 1968년에 납북돼 6개월간 북한에 억류됐던 위기의 순간들도 담담하게 들려준다.

그의 인생은 삶터였던 서해의 풍랑을 닮아 굴곡지고 아슬아슬하기만 하다. 그가 납북된 사이 아내는 집을 떠났고 자녀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이후 자녀들을 모아 다시 가정을 꾸렸지만 두 자녀는 연탄가스 중독으로 잇달아 죽고 지금은 남은 두 자녀와의 연락도 끊어진 상태다. 천신만고 끝에 억류에서 풀려나 인천으로 귀환했지만 주변에서는 그를 월북자로 취급해 일자리를 주지 않으려 했던 안타까운 시절도 있었다.

그의 삶에도 분단의 비극이 고스란히 투영되어 있다. 지금 김재근 씨는 홀몸이 되어 인천 연안부두에서 선박 스크루 수리점을 운영하고 있다. 파란 많은 삶의 역정을 구술하면서도 안강망 어선의 유능한 기관사로 인정받아 파격적 대우를 받은 일과, 서해에 출어해 뱃일을 하는 장면을 이야기하는 대목에서는 그가 평생 운전했던 안강망의 엔진 소리처럼 힘차고 당당한 목소리를 토해낸다. 그의 구술을 통해 인천 화수부두 주변의 옛 풍경, 그리고 바다에 기대 살던 뱃사람들 과 부둣가 주민들의 생활상을 상상할 수 있다.

제2장의 구술자 김동안 씨는 인천의 마지막 소금꾼이다. 그는 1943년 인천 남동구 서창동에서 태어나 농사를 짓다가 대성목재, KBC 베어링 등의 공장에서 일했고, 스물여덟 나이에 대한염업의 염부로 채용돼 53세로 퇴직할 때까지 평생을 갯벌 염전에서 소금을 만드는 일에 바쳤다. 그가 계약직 염부로 취직해 정식 직원이 되고 염전의 생산 책임자인 감독으로 승진할 수 있었던 것은, 소금 생산기술을 높이기 위해 다른 직원이 퇴근한 뒤에도 소금 창고에 혼자 남아 염도를 측정해보고 실험하는 등 땀 흘린 대가였다.

그는 1995년 우루과이라운드로 소금 수입이 자유화되면서 대한염업 남동 염전의 폐업과 함께 평생 직업을 잃었을 때가 가장 고통스러웠다고 술회한다. 염전 일을 그만둔 이후 한동안 농사를 짓던 김동안 씨는 2010년 소래습지생태공원에 염전 체험장이 만들어지면서 지금도 소금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그는 염전 노동자의 작업과 소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생생하게 묘사했으며 인천 남동구 서창동 일대의 경관 변화도 자세하게 구술해줬다. 1만8000원

/김진국기자 freebird@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