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영씨가 잠실 언니네 조카 돌잔치에 갔다오다 강변도로에서 교통사고를 당했대요. 덤프트럭과 정면충돌했는데 택시운전사는 현장에서 즉사하고 뒷좌석에 타고 있던 기영씨와 기문이는 크게 다쳤는데 기영씨는 경각을 다툰다는데요.』

 인구는 떨리는 목소리로 방금 받은 전화내용을 정동준 계장에게 이야기해 주었다.

 『그것 참! 기영씨가 어쩌다 그런 불행한 참변을 당하지…그럼 빨리 기영씨 집에다 연락해 주어야 되잖니?』

 정동준 계장은 우두커니 서 있는 인구를 지켜보다 송영주를 불렀다.

 『여보! 옷 입고 이리 좀 나와 봐.』

 잠옷 차림으로 누웠던 송영주가 옷을 바꿔 입고 현관으로 나왔다.

 『왜 그래요?』

 『기영씨와 남동생이 강변도로에서 교통사고로 크게 다쳤대. 빨리 저쪽 집에 연락해 병원으로 가자고 해.』

 『강변도로에서 다쳤으면 가까운 철도병원도 있는데 왜 먼 한강성심병원까지 갔지요?』

 송영주는 이외롭게 침착성을 보이며 경남아파트 오경택씨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인구는 전화를 받은 이후부터 제정신이 아닌 듯했다. 송영주가 기영씨의 어머니와 전화로 통화를 하는 사이에도 그는 넋 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서 있었다. 정동준 계장은 그런 그를 일깨워 외출준비를 하라고 일러준 뒤 그도 방으로 들어가 외출복으로 갈아입었다.

 『삼촌! 이럴수록 정신차려야 되어요. 잠시 후 기영씨 어머니와 아버지가 달려 올 텐데 빨리 옷 갈아입고 노인네들 모시고 간다는 마음으로 앞장서세요.』

 인구는 그때서야 고개를 끄덕이며 방으로 들어가 외출준비를 하고 나왔다. 그때 대문 밖에서 차 멎는 소리가 들리더니 기영씨 어머니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집가려고 날 받아놓은 애가 그래 다쳤다면 어쩌지요? 어디 많이 다쳤답디까?』

 기영씨 어머니는 궁금해서 못 견디겠다는 표정으로 송영주를 붙잡고 늘어졌다. 그렇지만 송영주도 자세한 소식은 못 들었다며 고개를 저었다.

 『글쎄요. 저희들도 전화 상으로만 전해들은 이야기라….』

 대답하기 곤란한 듯 송영주는 뒤로 물러났다. 정동준 계장은 인구와 같이 기영씨 어머니를 부축해 밖으로 나왔다. 오경택씨는 차에서 내리지도 않은 채 차의 시동을 걸어놓고 밖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인구는 오경택씨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며 기영씨 어머니와 함께 뒷좌석에 올라탔다. 오경택씨는 정동준 계장이 자신의 옆 좌석으로 올라앉자 이내 차를 출발시켰다.

 한강성심병원으로 달려가면서 기영씨 어머니는 외손자 돌잔치에 자신이 가지 않고 둘째딸과 아들을 보낸 것을 후회했다. 자신이 나섰으면 변을 당해도 자신이 당했을 것이고, 기영씨는 예정대로 결혼식을 거행할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 연방 눈 밑을 눌러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