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초 지음
   
▲ <당신의 무늬>김진초 지음 아라 404쪽1만3900원


인천 여류 소설가 김진초 '18가지 단편' 수록 소설집

언어 의미 넘어 본능으로 느끼는 '육체의 무늬' 묘사

등단 이후 두 권의 장편소설과 세 권의 소설집을 내 놓은 인천의 여류 중견 소설가 김진초가 네 번째 소설집 <당신의 무늬>(아라·404쪽)를 펴 냈다.

이 소설엔 기둥, 재혼, 사랑, 성폭행, 관계, 억압, 바람둥이, 집착, 가난, 기억, 싱글맘, 생존, 지구, 불통, 사육, 외도 욕망, 스타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뼈아프게 파인 슬픔이 절절히 배어있다. 모두 18편의 단편이 수록된 이 소설집은 언어의 의미나 상징을 뛰어 넘어 육체가 본능으로 느끼는 '사람 무늬'의 느낌을 잘 전달한다.

그런 '사람의 무늬'는 이 작품집에서 특유의 단층으로 맞물려 다층적 서사로 승화돼 나타난다.

김진초는 책에서 신산한 사람의 속내를 정확히 직시한다. 그것은 작가가 우연, 폭력, 사랑, 원한, 죽음, 등 복잡하게 다면성을 가진 사람의 삶을 '바라보는 데' 누구보다도 탁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의 본능, 본성을 다각적으로 묘사하고 언어의 의미를 넘어선 어떤 감으로 다가오는 느낌에 더 치중한 이야기를 특유의 감성과 정직성으로 풀어놓고 있는 것이다.

사랑하는 여자를 찾아 함피로 떠나는 그 과정에서 죽음의 이미지를 강렬하게 보여주는 '슬픈 기둥', 핏줄의 고단함과 처연함이 절절히 녹아나는 '엄마가 간다'를 만날 수 있다.

또 붉은 달 보다 더 달뜬 첫사랑 이야기 '자월도', 성폭력의 과거에 사로잡힌 여인의 모습을 아이의 울음소리에 접목시켜 큰 울림을 주는 '울음소리', 남의 삶에 간섭하고 거들다 낭패 당한 이야기를 유쾌하게 풀어낸 '오지랖 보고서'도 눈에 띈다.

이와 함께 ▲치매에 걸린 할머니의 모습을 무궁화와 절묘하게 조화시킨 수작 '백단심 지다' ▲평생토록 세상에 정착하지 못하고 죽은 친구를 기리는 술 한 잔 '이과두주' ▲죽음의 탐미적인 모습 '자이살메르에서 죽다' ▲평생 소식 밖에 할 수 없었던 아버지의 기막힌 사연 '아버지의 허기' ▲집 안과 밖의 의미를 각인시키는 '배터리를 뺀다' ▲딸과 어미의 시린 과일즙 같은 모정이야기 '시드니 통신' ▲지하철 역무원들의 달려야 사는 이야기 '달려야 산다' ▲지구남자와 우주여자의 살아있는 살점을 느끼는 섹스 '에우로파' ▲딸이 삼십 년 기다린 선물 '미미인형' ▲꾸미고 가꾸기에 강요당한 여자의 삶 '거울 보는 여자' ▲화투의 파투를 인생의 파투로 확장시킨 '파투' ▲조선족 여인들의 꿈과 신산한 현실 '지금' ▲스타의 과거와 현재를 다룬 '야식' 등 모두 18편의 이야기가 난장(亂場)처럼 펼쳐진다.


출판사 관계자는 "작가 김진초의 지겹도록 사람을 오래도록 바라보아서 얻게 된 기다림의 미학 혹은 보상"이라며 "독자들은 김진초의 소설 <당신의 무늬>를 읽으면서 몸 곳곳에 느껴지는 자신의 무늬를 느낌으로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국기자 freebird@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