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김호석 GGGI 수석 이코노미스트
개도국에 개발사업 방안 제시·선진국 기금 출연 이끌어낼 가교역 절실
   
 


"UN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이 우리나라에 있다고 해서 우리 것이 아니예요. 하지만 방향을 제시한다면 가능합니다. 일본이 아시아개발은행(ADB)을 주도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GCF를 주도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GCF의 일개 회원국에 불과하며, 사무국을 유치했지만 원칙적으론 GCF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기후변화 전문가인 김호석(44)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 수석 이코노미스트(Principal Economist)는 정부가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GCF 사무국 유치는 인천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가 환영한 일대 사건이었다.

수천억원에 달하는 경제효과와 함께 우리나라가 녹색성장과 지속가능한 성장의 중심 국가로 떠오를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GCF 사무국이 송도에 있다고 해서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면 모두가 원했던 송도 경제자유구역의 발전과 금융산업의 활성화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그런건 GCF가 활성화돼야 가능합니다. 우리는 원하는 게 있다면 그에 필요한 일을 찾아서 해야 하지요. 우리가 접근할 방향은 GCF의 활성화입니다."

GCF는 선진국이 기후변화의 피해를 받은 개발도상국을 지원하기 위해 구성된 기구이다.

선진국이 돈을 내고 개도국이 지원을 받는다.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양측의 의견이 틀어지면 어떤 사업도 할 수 없는 구조이기도 하다.

GCF의 어려움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선진국들은 경제가 어렵다는 이유로 기금 출연을 꺼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선진국과 개도국의 가교 역할을 자임한만큼 그에 걸맞는 역할이 필요한 상황이다.

일본과 ADB의 사례가 그렇다.

ADB는 필리핀 마닐라에 위치해 있다.

하지만 전체적인 의사 결정 구조는 일본이 주도한다.

우리나라도 GCF 사무국을 유치했다고 해서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는다면 다른 나라에 주도권을 뺏길 공산이 크다.

그는 개도국이 선진국에 사업을 요구할 수 있는 구조가 된다면 이 같은 대치구도를 깰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특히 어떤 사업을 벌일지 알지 못하는 개도국에 체계적인 사업 방안을 제시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나서 선진국과 개도국에 직접 '협상카드'를 제시하자는 뜻이다.

"협상은 하나를 주고 하나를 받는 과정입니다. 그런데 개도국들은 무엇을 요구해야 할지 모르고 있어요. 우리가 개도국이 요구할 것을 사업으로 체계적으로 정리해 내놓는 게 최선의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진영기자 erhist@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