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녹색기후기금(Green Climate Fund) 사무국을 인천 송도에 유치한 지도 어느덧 1년이 흘렀다. GCF 사무국을 지난해 10월 한국에 유치했을 때만 해도 인천시민은 물론 국민들은 크게 반겼다. 엄청난 기금이 한국으로 몰려와 금융산업·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등 그 효과를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영향력이 지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그런 기대와는 달리 GCF 본부국가로서 위상과 실리를 모두 잃을 위기에 놓였다. 허울뿐인 유치국가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은 그래서 나온다.
문제는 정부에서 GCF 사무국 유치 이후 너무 소극적으로 대응을 한다는 데 있다. 정부 안에 GCF 관련 업무를 의욕적으로 밀고나갈 '컨트롤 타워'가 없다. 청와대 미래전략수석실이 맡고는 있지만 이전 이명박 정부와는 사뭇 다르다. 속도감도 없고 일사불란하지도 않다. 말하자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이러니 7일부터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고 있는 GCF 5차 이사회에서도 우리에게 불리한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GCF에 모인 기금을 실제로 집행할 기구를 따로 설치해 사무국과 별개로 두자는 주장이 이사회에서 나온다. 독일과 스위스 등 유럽 국가에선 '좋은 먹잇감'으로 여겨 벌써부터 그런 방안을 논의했다고 한다. 만약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는 정말 알맹이 빠진 GCF 사무국 유치국가로 굴러 떨어지는 셈이다.
개발도상국의 기후변화 대응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GCF의 과제는 무엇보다 국제사회에서 어떻게 재원을 조성하느냐다. 하루 빨리 재원을 만들어 기후변화에 대응할 중추적인 국제금융기구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데엔 이론의 여지가 없다. GCF 이사회는 기금을 2020년부터 연간 1000억달러 규모로 조성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아직 목표 금액을 달성하는 방안은 구체화하지 않았지만, 그 중심에 한국이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이런 중차대한 일에 차질을 빚는다면 굴러온 복덩이를 차버리는 꼴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정신을 바짝 차려 GCF 관련 전략을 새롭게 짜고 외교력을 집중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