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침많은 삶 - 미추홀 장소·역사성 반추
대청도 희귀식물·배다리 일상 사진르포도
   
▲ <작가들 2013 가을호>인천작가회의 문학계간지 46호


인천작가회의가 문학계간지 <작가들> 가을호(통권 46호)를 출간했다.

이번 호 기획의 중심엔 '죽산 조봉암과 인천 정신'이라는 우리의 잊힌 현실이 있다.


인천의 도시적 정체성 중에 하나를 꼽으라면 '해불양수(海不讓水)'라는 인천 정신이 있다.

바다는 어떠한 물도 마다하지 않고 받아들여 거대한 대양을 이룬다는 말이다. 모든 사람을 차별 않고 포용한 인천의 자세이기도 하다. 이를 기조로 이번 호에서는 죽산 조봉암의 활동과 정신을 통해서 인천이란 장소의 역사성을 돌이켜 본다. 희망 없는 시대를 극복하고 연대의 미래를 열어가는 거점으로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짚어보자는 취지를 녹여낸다.

우선 '강연'란에서 <김산 평전>, <약산 김원봉>에 이어 <조봉암 평전>을 쓴 소설가 이원규가 '죽산 조봉암과 인천 정신'이란 화두에 천착해 인천이란 장소와 역사를 돌아본다. 주지하다시피 토지개혁운동을 일으키고 독립선언서를 베낀 이유로 고문을 당하고 조선공산당 창당에 기여했던 죽산은 간첩죄로 사형을 언도 받은 바 있다. 그런 강화도 출신의 죽산의 부침 많은 삶을 조명한 이번 강연은 역사의 비극에서 예외일 수 없는 우리의 현재가 인천이란 장소성 및 역사성과 어떤 서사적 관련성을 지녔는지 반추해 볼 수 있게 해준다.

'르포' 역시 인천의 어제와 오늘을 두루 살펴보는 글들로 가득 찼다. 민속생물학자 송홍선은 대청도의 희귀식물을 귀한 사진과 함께 자연생태학적 가치를 꼼꼼하게 살핀다. 배다리의 일상사를 사진르포에 담은 민운기는 인천의 어제와 오늘을 배다리의 지역성으로 축도시켜 도심 속 마을공동체를 꿈꾼다. 건설용골재로 모래풀등이 사라지고 있는 덕적군도를 취재한 장정구는 계발이란 미명 하에 세계적 자연 유산을 훼손시키는 자본을 고발한다.

문학란은 반가운 작가들의 작품들로 풍성하다.

정희성, 최정례, 조정인, 최성민, 김명철, 황규관, 임선기, 김명은, 서효인, 민구, 박한라 시인이 반딧불처럼 반짝이는 작품들로 '시'란을 채워주었다.

'소설'란에는 돌아갈 수 없는 어머니의 시절을 돌이켜보는 홍새라의 엽편과 오랜만에 단편으로 인사하는 홍인기의 농촌세태 풍자 소설이 눈에 띈다. 차분한 문체로 조분조분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이상실의 '호숫가에서 길을 찾다'와 과감한 형식으로 종말로 치닫는 세상을 그려낸 김영욱의 '지하 0층'이 장편 연재소설을 채우고 있다. '노마네'에서는 박일환, 김병욱 시인의 반가운 동시와 이금이 작가의 신작 청소년 소설 '검은 거울'을 만날 수 있다. 382쪽. 1만3000원

/김진국기자 freebird@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