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 삼촌! 잠도 안 주무시면서 아까는 괜히 주무시는 척하고….』

 인구는 변명하듯 얼굴을 붉히면서 얼버무렸다.

 『아까 형수님이 은수랑 춤추는 것을 보니까 갑자기 오마니 생각이 나서 은미한테 배운 노래 좀 흥얼거렸어요. 낳으실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하는 노래 있잖아요?』

 송영주는 인구가 어머니 생각이 나서 잠시 방으로 자리를 피했다는 소리를 듣고는 그만 애잔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여 댔다.

 『삼촌 기분, 이제는 알 것 같네요.』

 『형수님! 정말 죄송합니다. 형수님이 그렇게 애써 주시는데도 저는 돌아앉아 오마니 생각이나 하고 말입니다. 제가 아직 어려서 그렇다고 생각하시면서 다른 생각은 마십시오. 어떤 때는 오마니 생각을 하다가도 형수님이 그렇게 잘 해주시는데 내가 왜 자꾸 오마니 생각이나 하는가, 하면서 형수님께 죄를 짓고 있는 기분입니다.』

 『삼촌! 그런 생각은 다 잊고, 오늘은 술도 드셨겠다 두 의형제 분이 합창으로 노래나 한 곡 불러 봐요… 저는 은미 아빠가 「울고 넘는 박달재」만 부르면 도시로 변한 제 고향 땅이 생각난다니까요.』

 송영주는 인구의 술잔에다 술을 부어 주며 노래를 한 곡 주문했다. 인구는 쩔쩔 몸을 흔들며 울상을 지었다.

 『아이구, 형수님! 제발 저에게 노래 하라는 소리는 마세요. 어제도 같은 과 학생들과 어울려 술을 한 잔 마시는데 여학생들이 귀순용사 노래 한번 듣자고 해서 혼이 났어요. 우리 외삼촌은 그렇게 노래도 잘 불렀다는데 나는 왜 그렇게 음치인 줄 모르겠어요.』

 송영주는 살포시 웃으면서 다시 물었다.

 『외삼촌 되시는 분은 젊으세요?』

 『아니에요. 지금 일흔은 넘었을 거예요. 제가 인민학교 3학년 때 회갑이라면서 오마니랑 같이 외가에 가 뵈었으니까요….』

 『외가는 어딘 데요?』

 『남포시에요. 어린 시절 어머니를 따라 서너 번 가봤는데 아직도 시가지가 눈에 선해요. 형수님도 한 잔 하셔야지요?』

 인구가 술을 권했다. 송영주가 좋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술잔을 들었다. 그녀는 거품이 끓어올라 금방 술잔이 넘칠 것 같은 맥주 잔을 후르르 마시면서 친척처럼 자주 내왕하는 사이가 된 오경택 씨의 이야기를 꺼냈다.

 『두고 온 산하라 해도 고향은 역시 그리운가 봐요. 저기 경남아파트에 사는 오경택 선생님도 김정구 씨가 부른 「눈물 젖은 두만강」만 나오면 그저 두 눈에 눈물을 글썽이신다 면서 오기문 학생의 어머니가 어제 우리 집에 놀러 오셨다가 가슴아파하시다 가셨다니까요. 몸은 늙고, 휴전선은 가로 막혀 가보지도 못하고, 전쟁 끝나면 금방 달려 갈 것 같은 고향을 몇 십 년이 넘도록 가보지 못하니까 그렇게 그리운가 봐요….』

 『말하면 뭐 합니까? 새파랗게 젊은 나 같은 놈도 이제는 고향이 뭔지 조금씩 알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