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정책감사를 하겠다는 당초 공언과는 달리 국회 국정감사를 정치공세의 장으로 삼으면서 감사장이 낯 뜨거운 저질 추태의 경연장으로 변질되고 있다.

 정부의 각종 정책과 시책 등에 대한 문제점을 추궁하고 대안을 제시하기보다는 상대당 흠집내기에 주력하는 것은 물론 저질발언과 욕설이 난무하고 있다.

 지난 23일 윤한도의원(한나라당)이 국감장에 카메라기자들이 없다는 이유로 농림부장관에게 항의하는 추태와, 같은날 일부 국방위 위원들의 「음주국감」에 이어 27일 정무위의 국가보훈처에 대한 국감에선 급기야 여야의원간 몸싸움까지 벌이는 등 의원들의 추태가 「위험수위」에 도달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날 국가보훈처 국감의 몸싸움은 한나라당 이사철의원이 김의재보훈처장에게 『광복회가 대통령 인척을 회장으로 추대하려는 듯한 인상이 짙다』고 질의한데 대해 국민회의 국창근의원이 김중위위원장에게 『회의 진행을 똑바로 하라』고 이의를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이에대해 갑자기 이의원이 『국회의원 자격도 없으면서 무슨 소리야』라고 소리치면서 난투극이 시작돼 이의원과 국의원은 서로 멱살과 넥타이를 잡고 『어린 놈의 XX가 여기가 아직도 검찰인줄 알아』 『이 XX야 나이를 들먹이려면 나이값 좀 해』 등의 욕설을 주고 받으며 10여분간 뒤엉켜 싸우는 바람에 감사가 중단되기도 했다.

 이에 앞서 26일 교육위의 서울시교육청에 대한 감사에서도 한나라당 이재오의원과 국민회의 노무현의원이 서로 『눈에 보이는게 없느냐』 『거지 같은 놈』 『너 죽어』 등의 욕설을 주고 받으며 치졸한 논전을 벌이기도 했다.

 여야는 또 「총풍」과 「세풍사건」 등 핵심쟁점들에 대한 실체적 진실규명보다는 당리당략을 앞세운 정치공세로 일관, 국감장이 정치공방의 장으로 변질되고, 이로인해 파행을 거듭하는 상임위도 적지 않다.

 특히 법사위의 27일 서울지검에 대한 감사는 여야 의원들이 「판문점 총격요청사건」을 놓고 정치공방으로 일관하면서 고성이 섞인 설전을 계속, 정회를 하기도 했으며 급기야 자정을 넘겨 회의를 계속하느냐는 문제를 놓고 서로 삿대질을 하는 등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날 서울지검 국감은 결국 여당의원들이 『자정을 넘겨 회의를 계속 진행시키는 문제는 운영위원회 협의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며 집단으로 퇴장, 박순용 서울지검장의 답변을 제대로 듣지도 못한 채 감사가 중단되는 등 「질문만 있고 답변은 없는 국감」이 돼버렸다.

 재경위의 지방국세청에 대한 국정감사도 마찬가지 양상을 보였다. 여야는 「국세청 불법모금 사건」과 관련한 증인 출석을 놓고 팽팽히 맞서 수차례 공전되며 하루종일 시간만 낭비했다.

 재경위의 경우, 이에 앞서 26일 국세청에 대한 감사에서도 여야 의원들간 설전이 계속됐다. 한나라당 안상수의원이 『이석희 전국세청차장이 개인적으로 돈을 거둬들인 것을 「세도」로 규정한다면 김대중대통령이 노태우 전대통령으로부터 받은 20억원과 뭐가 성격이 다르냐』고 반문하며 공세를 펴자 국민회의 의원들이 일제히 고함을 지르며 안의원의 질문을 저지하고 나섰고, 그 과정에서 여야 의원간 험한 욕설과 육두문자가 오가기도 했다.

 일부 의원들은 또 국정감사를 국정에 대한 감사보다는 지역구 민원해결용으로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 눈총을 받았다.

 건교위의 철도청에 대한 27일 감사에서 국민회의 이용삼의원(강원 철원^화천^양구)은 『경의, 경원, 금강산선 복구사업의 연도별 추진일정을 제시하고 안보관광코스 등을 개발할 것』을 요구했으며, 자민련 오장섭의원(충남 예산)도 『80년전 개통된 장항선이 2005년에 가서야 겨우 직선화될 뿐 복선화는 계획조차 세워져 있지 않다』며 계획의 전면 수정을 촉구했다.

 또 한나라당 백승홍의원(대구 서갑)은 『현재 하행선만 운행할 계획인 서대구역의 상행선 운행을 위해 설계를 변경할 계획은 없느냐』고 따졌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