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원 지음 다인아트 134쪽, 8000원
저자 어릴적 기억·절절한 그리움 60여편 시로 엮어 펴내
   
 


새 책 <협궤열차가 지고 간 하루>는 중년이 된 아들이 어머니에게 바치는 사모곡이다.

시집의 저자 한창원은 책에 가난을 딛고 치열한 삶을 살아야 했던 어머니의 향기를, 이제는 더이상 안길 수 없는 따뜻한 어머니의 품을 그려낸다.

'머릿속에 피어난/ 노오란 고름 꽃이/ 아이를 눈물짓게 했다./바닷물 한 줌 퍼다가/ 어미는 아이의 머리를 슬픔으로 감겼다./고름 속에 머물던 바닷물은/ 어미의 눈물이 되어 흐르고/ 아이의 절규는 단칸방 어둠속으로 숨어 버렸다./ 페니실린 한 방울에/ 아픔을 잃은 그날/ 어미의 머리에 비녀가 보이지 않았다./ 그날 밤/ 아이는 어미의 품속에서 행복한 꿈을 꾸었다.('부스럼' 전문, 11p)'

책에 실린 60여편의 시는 철 모를 시절, 작은 가슴을 휘저은 가난에 대한 단상과 홀로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어머니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이 배어 있다, 현재의 삶과 생각을 투영한 일상의 기억들은 정제된 시어로 펼쳐진다.

'노을을 이고 여인은 걸었다./ 끝이 없는 협궤열차 길을/ 깊게 패어진 주름살만큼이나/ 지친 삶에 기댄 하루는/ 노을빛에 스며들어 바다에 누었다/ 땔감을 인 헝클어진 머리카락 사이로/ 열차는 울부짖고/ 은빛 억새풀의 속삭임 속으로 가을은 사라졌다./ 어둠은 기적소리를 잠들게 하고/ 여인은 발걸음을 재촉했다.(시 '협궤열차가 지고 간 하루' 중)'

협궤열차가 뿌연 연기를 뿌리며 지나간 뒤편에서 땔감을 이고 오는 어머니의 모습은 40여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시인에게는 '헝클어진 흰 머리카락으로 시야를 가린, 선명하게 떠오르는 그 모습, 지금도 느껴질 듯한 어머니의 그 향기로운 땀내음'으로 기억된다.

시인은 작가의 말에서 "오랫동안 정리하지 못했던 기억들이 가슴 깊은 곳에서 하나둘씩 생겨나와 작은 소망으로 피어올랐고, 시집을 펴낸 이제서야 어머니에 대한 숙제를 마친 것 같은 기분이 든다"며 "돌이켜보면 어릴 적 나에게 처음이자 끝이었던 어머니와의 추억은 수채화 같은 아름다운 슬픔이 묻어 있었다"고 회상한다.

인천에서 자란 시인 한창원은 인천 송도초교와 인천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김진국기자 freebird@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