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 한국학연구소 저 소명출판·310쪽 2만4000원
   
 


조선족은 우리에게 어떤 존재인가. 우리 사회 구성원의 불안함을 보여주는 증거 가운데 하나는 자국 체류 이방인을 향한 공포와 적개심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가 불안하거나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 국가·국민들은 칼끝을 사회적 약자인 자국 체류 이방인에게 돌려 불안과 분노를 해소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그 대표적 예가 1923년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 유럽 우파의 인종차별·외국인 혐오증 조장 등이다.

이 사례들은 비단 외국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한국 사회에서도 이러한 자국 체류 이방인, 특히 아시아계 노동자에 대한 적대감과 편견은 오래 전부터 문제시 돼 왔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대표적인 '범죄자'이자 '위험인자'로 거론되는 '조선족'의 경우 문제의 성격이 조금 다르다. 조선족은 온전히 남의 땅에 흘러 들어온 외국인이 아니라, 고향을 찾아온 것이나 다름없는 '한민족'이기 때문이다.

조선족은 본래 조선 후기, 혹은 일제강점기 당시 경제적 이유, 혹은 독립운동 등의 정치적 이유로 월강한 우리 민족이었지만, 지금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 그들에게 민족적 동질감을 느끼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조선족은 우리 안의 '이방인'이자 일방적으로 타자화되어 인식되어온 존재들이지만, 우리나라에서 그들의 존재는 결코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오해'와 '편견'으로 가득 찬 조선족의 역사와, 20세기 후반 그들이 경험했고, 지금도 당면해 있는 현실 문제들을 다룬 <연변조선족의 역사와 현실>(소명출판, 2013)은 한반도와는 다른 역사적 환경 속에서 창조된 그들 나름대로의 민족적 정체성과 문화적 성취를 재조명하는 책이다.

연변은 결코 한국사의 시각만으로는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17세기 중반 호란 패전의 결과 포로로 끌려갔던 사람들, 18세기 인삼과 농경지를 찾아 목숨을 걸고 범월했던 사람들, 19세기 후반 식민지 시기 한반도의 가혹한 정치·경제적 환경 및, 독립운동을 위해 고향을 떠나야 했던 사람들이 그곳에 정착하기까지 겪었던 간난신고는 분명 한반도에 정주하던 사람들의 역사적 경험과는 상당한 차이를 지닌 것이었다.

조선족은 우리나라 산업구조 내에서 저렴한 노동력으로 소비되기도 하지만, 결혼시장에서도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가정을 이루고 유지할 수 있는 '상품'으로서 소비되고 있다.

이 책에선 조선족과 한국의 국제결혼의 배경과 경로, 형태를 분석하고, 조선족과 한국인 사이의 문화적 동질성과 문화적 차이가 어떻게 결혼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심층 인터뷰를 통해 제시한다.

나아가 조선족과 한국의 결혼에서 문제시되는 조선족 여성의 인권문제의 유형도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고찰하여 조선족과 한국의 국제결혼의 실상과 그 이면을 파헤친다.

한국으로 시집온 조선족 여성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그들의 삶의 실태를 살펴봄으로써, 한국 사회의 다문화주의탐색에 유용한 자료를 제공한다.

연변 조선족들의 문화에 대한 탐구도 주목할 만하다.

연변(내지는 만주)은 동아시아의 여러 민족이 공존하던 '혼종과 융합'의 공간이었기에, 이러한 토양에서 양성된 연변조선족의 문화 역시 한족과 만주족 등의 문화와 융합된 특징을 보인다.

우리와 반세기 동안 단절돼 살아온 조선족들은 92년 한중수교 이후 우리나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수교 이후 20년이 지나 한국에 거주하는 조선족의 수는 약 50만 명에 달하지만, 그들에 대한 한국 사회의 인식은 20년 전과 별반 다르지 않다.

<연변조선족의 역사와 현실>은 일방적인 타자화와 한국·중국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방식, 그들에 대한 역사적 평가 내지 전략적 분석의 틀에서 벗어나 그들이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고 지금의 현실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으며 어떠한 모습의 미래를 그리고 있는지를 알아보는 첫걸음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진국기자 freebird@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