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노·정 2차 협상이 결렬된 가운데 금융산업노조와 정부와의 협상은 결국 타결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금융노조의 핵심적 요구사항을 수용할 수 없다는게 정부의 단호한 입장이기 때문이다.

 금융노조 요구의 핵심은 한마디로 고용안정이다. 관치금융 철폐 등 여러 요구조건을 내걸고 있으나 핵심은 금융지주회사법과 부분예금보장제도 도입을 각각 3년간 유보하라는 것으로 이는 고용문제와 직결된다.

 금융지주회사를 통해 공적자금투입 은행이 묶여질 경우 해당 은행의 조직·인원감축은 불가피할 뿐아니라 이는 경쟁관계에 있는 다른 우량은행들과 종금을 비롯한 중소 금융기관들의 합병을 유도, 금융 노동자들의 대량 해고로 이어진다는게 금융노조의 판단이다.

 부분예금보장제도 역시 시장에 의한 합병을 촉진하는 강력한 시장장치라는 점을 금융노조는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유보를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이 제도가 도입되지 않는다면 금융기관들이 당장 합병에 나서지 않더라도 생존 가능하고 따라서 고용위협에 직면하지 않게 된다.

 문제는 정부가 이런 금융노조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데 있다.

 일각에서는 병원 폐업에 이어 금융노조가 파업에 들어갈 경우 국정 관리능력이 없다는 비난여론이 쏟아진다는 점에서 정부가 적정한 수준에서 양보할 수도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정부로서는 이번에 양보할 경우 비용이 너무 크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정권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금융개혁이 이뤄지지 않으면 최근 한국종금 사태에서 드러났듯이 금융시장 불안은 계속될 뿐아니라 이는 비교적 안정적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실물에 그대로 전이된다는게 정부의 판단이다.

 게다가 이번에 금융노조에 밀리면 국민의 정부가 그동안 추진해온 각종 개혁조치는 수포로 돌아가게 된다. 개혁 4대부문의 나머지인 기업·노동·공공분야 추진이 불가능해지는데다 현 정부의 레임덕이 가속화되면서 국정운영에 혼란이 초래된다.

 더욱이 이미 병·의원의 폐업사태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권위와 신뢰라는 면에서 치명적 타격을 입은 정부로서는 이번 사태를 사회적 기강을 바로 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생각할 수도 있다.

 아울러 금융노조의 주장에는 명분이 없다는 여론도 정부의 든든한 후원군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파업은행들은 부실은행임을 스스로 선언하는 결과를 초래하는데다 실제로 비파업은행으로의 자금이동에 따른 부실심화와 구조조정 가속화라는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는 점에서도 정부는 비교적 자신만만한 분위기다.

 이제 공은 금융노조에 넘어갔다고 봐야 한다. 일부 금융기관들이 제외된 상태에서 파업에 들어갈 경우 정부의 양보를 얻어낼 수 없다는 판단이 서면 파업을 철회할수도 있다.

 그러나 조직의 속성상 철회를 선택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강성 지도부가 아무런 성과없이 물러나는 「치욕」을 선택하기 보다는 일정기간 파업을 강행한 뒤 「명예롭게」 사법처리되는 일반적인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전체 노동운동의 부문운동으로서 금융노조는 「외환외기 이후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한 노동자들이 이번에 힘을 과시해야 한다」는 노동계 전반의 분위기를 외면하기도 어려운 형편이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