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두번째 자서전 집필 62년만에 '빛'… 성적 체험 등 솔직한 기록
   
 


〈니체 자서전 - 나의 여동생과 나〉(프리드리히 니체·까만양)는 철학자 니체의 내면을 극렬하게 보여주는 책이다. 니체의 저작들 중 가장 인간적이고 가장 솔직한 내용을 담고 있는 문제작이기도 하다.

이 책은 여동생과의 근친성애, 코지마 바그너와 루 살로메의 관계, 니체가 매독에 걸린 사연과 그의 성욕과 성적 환상들과 체험들에 대한 고백 그리고 니체의 사상에 영향을 주었던 쇼펜하우어, 바그너, 루터, 셰익스피어, 마르크스 등에 대한 평가들이 잠언 형태의 글로 실려 있어 니체 연구자는 물론 니체 애호자들의 주목을 끈 문제작으로, 니체의 극렬하고 심대한 내면세계를 가차 없이 보여주는 진귀한 보물이자 니체의 저작들 중 가장 인간적이고 솔직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니체 자서전-나의 여동생과 나〉를 영역한 오스카 레비는 이 책이 지닌 의미에 대해 "지상에서 가장 영예로우면서도 가장 절망적인 인생들 중 하나의 대미를 장식하는 보고서이다. 그다지 유쾌한 이야기는 아닐지 모르지만, 하여간, 독자들은 이 책의 한 장에서 다음 장으로 넘어가면서 생각에 잠길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이 책은 니체의 두 번째 자서전이다.

니체의 자서전은 첫 집필부터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니체는 정신병원에 감금되다시피 입원해 있었는데 그 기간 동안 첫 자서전 〈이 사람을 보라〉의 출판이 모친과 여동생에 의해 보류됐다.

이에 니체는 자신을 감시하던 모친과 여동생의 시선을 피해 비밀리에 두 번째 자서전 〈니체 자서전-나의 여동생과 나>를 집필했고, 이번에는 각별히 조심하여 그 원고를 비밀리에 병원에서 반출해 출판을 도모했다.

그러나 이 두 번째 자서전도 첫 번째 자서전만큼이나 기구한 우여곡절들을 겪었다.

특히 그 과정에서 니체가 독일어로 집필한 이른바 육필원고가 행방불명되는 안타까운 사태마저 겪었고, 1951년에야 비로소 미국의 시인 겸 출판편집자 새뮤얼 로스가 보어스 헤드 북스(Boar's Head Books)라는 출판사를 통해 영어판으로만 겨우 출판함으로써 가까스로 빛을 볼 수 있었다.

니체가 집필한 지 무려 62년 동안 독일, 캐나다, 영국, 미국을 떠돌며 대서양을 세 번이나 건너는 기나긴 여행 끝에 마침내 빛을 본 〈니체 자서전-나의 여동생과 나〉를 기다린 것은 또 다른 기구한 운명이었다.

이 책은 출판되자 환영과 찬사도 받았지만 더 많은 의혹과 비난에 휩싸였다.

더구나 이 책에 수록된 니체의 놀라운 고백들―니체와 여동생의 근친연애 내지 근친성애, 소문만 무성했던 니체와 코지마 바그너 또는 루 살로메의 내밀한 관계, 니체가 매독에 걸린 사연, 니체의 내밀한 성욕과 성적 환상들과 체험들―은 니체학자들과 니체숭배자들의 의혹과 비난을 더욱 부추겼다.

이 자서전에 녹아있는 니체 정신의 비극성과 심대함은 니체의 다른 저작들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것들에 비해 하등 뒤지지 않으며 어떤 대목들에서는 더욱 비극적이고 더욱 극렬한 성격마저 드러낸다.

또 그만큼 더 니체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대목들도 풍부하다.

예컨대, 청소년 니체를 사로잡았던 "백작부인"의 환상은 그가 슐포르타의 엄격하고 금욕적인 규율을 그만큼 힘겹게 감내했고, 그것이 "금욕주의"에 대한 그의 극심한 비판으로 이어졌다는 것을 우리는 이 자서전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또한 니체 특유의 여성관을 형성시킨 사건들과 배경들도 이 자서전의 곳곳에서 역력하게 확인된다.

/조혁신기자 mrpen68@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