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섭 사진집 … 양키시장 풍경·표정 생생히 담아
   
 


골목 안이 환하고 어둡다. 환한 어둠이 살고 있는 집이란 이런 곳이다.

'양키'라는 물건이 살았던 송현동 100번지, 양키시장, 나는 이 장소를 사랑한다. 그 맞은편에는 수도국산이 있다.

피난민들이 살던 판잣집이 즐비했던 곳이다.

지금은 아파트촌이 들어앉아 송현동 100번지와는 대조적이다. 얼기설기 얽혀 깡통시장, 화장품시장, 군복시장, 쌀가게, 반찬가게, 어물가게, 순댓국 골목으로 영화를 누렸던 곳이 이제는 허름하게 변했다.

도심 속 오지처럼 사람들의 발길이 뜸하다.


 

   
 


이세기 시인이 묘사한 인천의 명물 '양키시장'은 그의 말처럼 '환한 어둠이 살고 있는 장소'다.

그는 사진작가 김보섭이 펴낸 사진집 <양키시장> 서문에 양키시장을 이렇게 표현했다.

김보섭 작가는 이런 양키시장의 속살을 흑백사진으로 찍어 보여준다.

누더기처럼 판자를 덧대 얼기설기 엮은 판자지붕, 지금은 사라진 시네팝 극장 간판, 가게 앞에 항아리를 늘어놓은 시장 안 풍경에서부터 시장상인들의 표정을 그대로 사진으로 담아냈다.

그는 "무수한 인천사람들의 추억이 담긴 시장이지만, 지금은 따뜻한 어머님의 온기를 잃어가는 안타까운 장소가 된 양키시장을 기록했다"고 털어놓는다.
 

   
 


인천 양키시장은 인천항으로 들어온 외국의 패션, 문화 등이 모였던 것으로 암거래가 많았던 시장이다.

암거래라고는 하지만 물품이 워낙 부족했던 한국인들이 미군부대를 통해 쏟아지던 생필품을 사는 경우가 많아 서민의 시장으로 인식됐었다.

1990년대 까지도 흥했던 시장이었지만 전통시장 쇠락과 함께 인천의 중심지던 동인천 일대 상권이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면서 지금은 잊혀져 가는 시장이 되고 있다.

김 작가는 책 발간을 기념해 오는 22일~4월3일 사진공간 배다리 포토갤러리에서 '양키시장' 사진전을 갖는다. 23일 오후 3시에 작가와의 대화가 진행된다.
 

   
 


김보섭 작가는 1955년 인천에서 태어나 오랫동안 인천 지역을 중심으로 한 사진기록 작업에 몰두해 왔다.
인천차이나타운과 민초들의 초상을 주제로 여덟 차례 개인전을 열었다.

011-346-7443, 010-5400-0897

/김진국기자 freebird@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