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난사 산문으로 펴내 … 환경 보존 강조
   
 


'지난 2011년 9월24일 1박2일 일정으로 '굴업도를 사랑하는 문화예술인모임'과 '인천작가회의'의 예술가들이 굴업도를 방문했다.

굴업도를 직접 눈으로 보고 굴업도를 함께 사랑하기 위한 예술적 실천을 모색하는 자리에 필자도 40명의 예술가들과 함께 찾게 된 것이다.

굴업도 선착장에 당도한 이후 하루 밤낮 동안 둘러본 굴업도는 풍문처럼 참으로 아름다웠다. 덕적군도의 끝에 위치한 이 아름다운 섬은 그러나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위기에 처해 있다.

이희환 박사가 책 <만인의 섬-굴업도>(작가들·152쪽)를 펴 냈다. 이 책은 '인천도시환경연대회의' '사람과 터전' 대표로 시민운동을 활발히 벌이고 있는 이희환씨(47)가 인천 옹진군 굴업도의 굴곡진 역사와 어민들의 수난사를 산문 형식으로 담담하게 써 내려간 책이다.

저자는 "굴업도처럼 기구한 운명을 타고난 섬이 있을까?"라고 질문한다.

그의 말처럼 1994년 정부가 핵폐기장 건설계획을 발표하면서 비로소 세간에 알려진 굴업도는 1년간에 걸친 범시민적인 반대운동을 통해 핵폐기장 건설이 철회되면서 핵쓰레기섬이 될 위기를 넘겼다.

그러나 2006년도에 CJ그룹 이재현 회장 일가가 100% 지분을 출자하여 설립한 C&I레저산업이 굴업도의 전체부지 중 98.5%를 매입했다.

C&I는 이곳에 19홀의 대규모 골프장 건설을 주축으로 한 굴업도 Ocean Park 관광단지개발사업을 추진하면서 굴업도의 자연이 크게 훼손될 위기가 또 다시 찾아왔다.

굴업도의 위대한 자연도 자연이지만 이 작은 섬을 생의 근거지로 삼아 더불어 살아왔던 사람들의 흔적을 찾아보고 싶었다. 어설피 찾은 굴업도의 역사에는 우리가 어느덧 망각했지만 섬의 자연과 가치를 함께 공유하면 살아왔던 존엄한 역사가 묻혀 있었다.

나라를 잃은 고려유신들이 스스로를 유배시켰던 섬이기에 갈매기와 백로조차 울고 가던 구로읍도(鷗鷺泣島)! 그야말로 전설 같은 이야기이다.

1920년대의 굴업도는 황해바다의 어부들이 조기와 민어, 새우떼를 쫓아 몰려들어 파시를 이루던 신기루 같은 황금섬이었다.

그러나 1923년 8월 몰아친 태풍으로 삶의 희망이 죽음의 절망으로 바뀐 서글픈 영혼들이 떠도는 섬이 되었다.

지나친 어자원의 남획으로 조기와 민어가 어느 순간 흔적 없이 사라진 뒤에도 굴업도는 우리에게 종요로운 자연의 위대한 미를 선사하고 있다.

황해바다의 아름다운 자연과 인간사의 간절한 비원을 전설처럼 품고 있는 굴업도는 결코 한 개인이나 집단의 소유일 수 없다.

위대한 자연과 존엄한 역사를 간직한 만인의 섬으로 길이 보존하여 후손에 물려주어야 한다.

저자는 "굴업도 보존을 위해 수년간 노력해왔던 환경운동가 이승기씨가 지난해 1월 굴업도 토끼섬의 붉은 산호초를 촬영하다가 안타깝게도 차가운 바다에 빠져 실족사했는데 그의 죽음이 헛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이 부끄러운 책의 그의 영전에 바친다"며 고 말했다.

이희환은 1966년 충남 서산에서 태어나서 줄곧 인천에서 성장했다.

인천도시환경연대회의, 인천도시공공성연대 사람과터전 대표로 활동해왔으며, 현재는 계간 황해문화 편집위원, 경인방송i-TVFM 방송위원, 시민과대안연구소 연구기획실장으로 일하고 있다.

/조혁신기자 mrpen68@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