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재현장에서 ▧

언제까지 학생들의 미래를 가지고 어른들이 실적싸움을 할 것인가?

지난해 인천시교육청은 인천지역이 '특성화고 취업률 전국 1위'라는 보도자료를 내놓았다. 하지만 이후 밝혀진 사실에서 이는 잘못된 것으로 드러나 문제가 됐던 전례가 있다.

시교육청이 일선 특성화고의 보고에만 의존한 채 구체적인 사실확인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결과 많은 학교들이 취업을 하지도 않은 학생을 취업자로 속여 교육청에 보고했다.

이를 근거로 시교육청은 '특성화고 취업률 전국 1위'라는 허울좋은 제목을 달아 보도자료로 배포했다.

결국 감사원 감사 결과 거짓으로 드러났고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들에게 질타를 받기도 했다. 국회의원들의 지적이 부족했던 것일까?

시교육청은 올해도 잘못된 지난해의 과정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특성화고 졸업생 절반이상이 취업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그 인원만 무려 3700여명.

잘못된 2012년 취업률보다 5% 가량 더 높게 나왔다고 자축했다.

눈 딱감고 시교육청이 말한대로 50%이상이 올해 취업을 했다고 믿어보자. 이들은 과연 제대로 된 일자리에 취업했을까?

실제 취재과정에서 학생들에게 들은 증언은 예상했던 대답이었다.

학생들은 인터넷 구인구직 사이트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콜센터', '패스트푸드점', '핸드폰 조립' 아르바이트 자리에 취업한 선배들이 부지기수라고 대답한다.

"중소기업이라고 취업해도 근무여건은 힘들어 반년도 못 버티는 선배들이 많았다", "대기업이라고 들어간 선배는 계약직이라 내년에 정규직이 안된다면 그만둬야 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며 시작된 고졸취업자 양성 프로그램에 교육당국이 발 맞추기 시작하면서 학생들의 미래가 어른들의 실적 경쟁에 놀아나고 있다.

정부와 학교에서 광고하는 것과 같은 대졸자보다 우대받는 고졸취업생은 많지 않다.

실제로 올해 특성화고 3700여명의 취업자 중 3000여명이 연봉 2000만원 미만의 저임금 일자리에 취업했다.

2000만원 이하 일자리 상당수가 계약직 직원으로 고용불안에 시달린다는 점에서 취업유지율은 기대조차 할 수 없다.

인천정석과학고의 경우 지난해 2월 졸업생 중 186명(57%)이 취업했다고 밝혔지만 같은 해 12월에도 계속 일을 하고 있는 졸업생은 46명에 불과했다.

극심해진 학교의 취업률 경쟁으로 인해 결국 특성화고 학생들이 열악한 노동현장에서 피해를 입고 있다.

학교 관리자 입장에서는 실적 경쟁일 수 있지만 실제 당사자인 학생들에게는 인생이 달린 문제다.

시교육청은 이제라도 실적위주로 맞춰진 특성화고 취업정책이 아닌 학생들의 인생을 결정한다는 생각으로 좀 더 내실있는 일자리로 학생들을 취업시켜야 한다.

그게 안된다면 적어도 일선학교 취업 담당자가 직접 학생들의 노동현장을 둘러보고 학생들을 취업시켜야 한다.

/김상우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