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재현장에서 ▧
   
 


"업무 추진비를 쌈짓돈 처럼 쓰는 의장", "불통 의장", "반쪽 짜리 의장", "안면몰수 의장".

지난 13일 의장 불신임 결의안이 부결됨으로써 유임에 성공한 유재호 남구의회 의장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날 오전 11시 남구의회에선 불신임 결의안에 대한 표결이 비공개로 진행됐다.

표결이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다수의 의원들은 "유 의장이 자신이 저지른 각종 비위들에 대한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의장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의견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찬성표는 7표에 그쳤고, 반대표는 무려 7표에 달했다. 무효표는 2표.
유 의장이 의장직을 상실하는 즉 과반수를 넘기는 데는 딱 2표가 모자란 결과였다. 유 의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42만 남구 주민은 '실망의 한숨'을 토하는 순간이었다.

이번 불신임 결의안 표결은 의회다운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하는 남구의회에겐 새롭게 거듭날 수 있는 기회였다.

이 기회는 주민들이 줬다고 볼 수도 있다. 주민들은 의원들이 스스로 의장으로서 해서는 안 될 일들을 저지른 유 의장을 의장직에서 내려오게 하고, 정말 '감'이 되는 의장을 뽑아 의회를 건강하고 올바르게 이끌 수 있도록 하길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구의회와 의원들은 주민들에게 또 다시 실망감을 안겨줬다. 주민들을 대신해 의장을 향해 분노하고 손가락질을 해야 할 의원들이 오히려 의장을 비호해주면서다.

이제는 앞으로가 걱정이다. 결과야 어쨌든 유 의장은 찬성표 7표로 인해 반쪽짜리 의장으로 전락했다.

그렇다고 자신을 지지하는 의원들만 데리고 의정을 운영할 수는 없을 것이다. 유 의장은 내부의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고, 주민들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는 의회를 만드는 데 역량을 쏟아 붜야 한다.

또 다시 자신 또는 의회의 비위가 나타나면, 그때는 스스로 의장직을 내려놔야 할 것이다.

더 이상 남구 주민을 실망시키는 일은 없어야 한다. 찬성표를 던졌던 의원들도 실망스러운 마음을 추스르고 의정 활동에 전념하는 모습을 보이길 기대한다.

/박범준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