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재현장에서 ▧
   
 


연초부터 '원도심'이 마법 같은 단어로 떠올랐다. 인천시가 올해 역점사업으로 원도심 활성화를 택한 이후부터다. 원도심을 강조하는 시 행정은 지난해 말부터 유난스럽게 진행되고 있다.

시작은 올해 예산안을 발표하면서였다. 지난해 말 시는 원도심 개발 활성화와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올해 예산 6조9768억원 중 6000억여원을 편성하겠다고 밝혔다.

전체 예산의 9%를 원도심에 투자한다는 계획은 얼핏 원도심에 어떤 변화를 가져다줄 듯했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시가 내놓은 6000억여원 대부분이 원도심 활성화와 크게 관련이 없는데다 기존에 진행하던 사업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가장 규모가 큰 사업 예산은 2호선 건설 등 도시철도 분야 3168억원이었고, 도로건설 1868억원, 인천의료원 기능 보강 및 어린이 보호구역 개선 등 723억원이 뒤를 이었다. 시는 원도심 개발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예산인 저소득층 긴급복지 56억원, 공원 및 녹지 조성 113억원까지 원도심 분야에 끼워 넣었다.

'눈속임'으로 시작된 원도심 챙기기는 이제 한층 달아오른 상태다.

시는 김교흥 정무부시장을 필두로 '원도심 활성화 추진단'을 구성했다. 추진단에는 김 부시장 등 공무원 13명과 인천발전연구원, 인천시의원, 한국토지주택공사(LH) 관계자, 교수,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전문가 등 35명이 참여했다. 민·관 협의체인 셈이다.

이들은 재개발·재건축 사업 구역을 직접 돌고 있다. 지역주민과 함께 호흡하며 문제를 해결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방문은 이달 말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떤 성과를 이뤄냈을까? 안타깝게도 시 산하 주거환경정책관실이 지난해 주민 여론조사를 통해 파악한 현황 이상으로 얻어낸 것이 없다. 논의했던 규제 완화 안건도 이미 다 만들어 놓은 방안을 확정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더욱 황당했던 건 송영길 인천시장이 롯데인천개발㈜에 인천종합터미널을 팔며 "원도심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힌 부분이다.

터미널 주변의 구월동 일대는 시민이 이해하고 있는 원도심과는 거리가 먼 도심지다. 인천에서 가장 활성화 된 지역이고, 출퇴근 시간만 되면 교통혼잡에 몸살을 앓기도 한다. 낡기는커녕 지금도 새 건물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취재 과정에서도 원도심 활성화에 내용이 없다는 느낌을 종종 받곤 한다. 어떤 시 관계자는 "구호를 세웠는데 무엇으로 채워야 할지 모르겠다. 박 기자가 아이디어를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내공없는 정책은 금세 바닥을 드러내지 않던가. 아무 곳에 헛구호를 붙이기보다 단단한 고민이 필요할 때다.

/박진영 정치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