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문제·외모 콤플렉스 극복 …'진정한 자아 찾기'그린 성장소설
   
 


<사자의 꿈> 최유정 지음시공212쪽, 8500원

<사자의 꿈>은 시공 청소년 문학 시리즈로 푸른문학상 수상 작가 최유정의 단편 소설집이다.

드넓은 초원의 사자처럼 당당한 삶을 꿈꾸는 상호 이야기 <사자의 꿈>은 지울 수 없는 상처를 품고 사는 재인이 이야기 '흉터', 쉬 풀리지 않는 답답함에 얽매인 민지 이야기 '매듭'으로 구성돼 있다.

자식에게 무관심한 엄마, 술만 마셨다 하면 폭력적으로 변하는 아빠, 그래서 돌봐야만 하는 동생 지민이. 상호는 학교에서조차 마음 터놓을 친구 하나 없이 재욱이의 폭력에 시달린다.

이 답답한 현실에서 상호가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는 도피처는 게임뿐이다. 현실에서는 늘 무시당하고 존재감 없는 나약한 상호지만, 게임 속 상호의 캐릭터는 누구도 함부로 못 하는 강인한 존재.

하지만 현실이 막막해질수록 가상 공간은 상호를 잠식해 가고, 엄마가 이상한 낌새를 알아채고 상호를 보듬으려 했을 땐 이미 상호는 자신만의 공간으로 빨려 들어가고 만다.

그 공간에서 상호는 자신의 힘만 믿고 약자를 괴롭히는 불합리한 아빠 같은 사자가 아니라, 드넓은 초원을 호령하지만 힘으로만 내리누르지 않고 약자를 수호할 줄 아는, 그래서 자신의 존재감을 떳떳이 인정받는 진짜 사자를 꿈꾼다.

'흉터'는 앞머리로 이마의 흉터를 가리고 다니는 재인이의 이야기다.

이 흉터는 재인이에게 엄청난 콤플렉스다. 그런 재인이가 새로 짝꿍이 된 누리 팔에 남겨진 흉터를 보고는 용기 내어 자신의 흉터를 누리에게 보여 준다.

비밀을 공유했다는 동질감에 누리와 점점 더 가까워지던 어느 날, 재인이의 흉터를 아무렇지 않게 들춰 버린 누리 때문에 재인이는 큰 배신감을 느끼고 누리와 멀어진다.

재인이는 같은 반 친구 기석이가 자신에게 보낸 러브레터와 누리가 기석이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누리에게 복수하려고 한다.

하지만 사실 그 러브레터는 기석이가 누리에게 보낸 것이었고, 또 누리가 자신의 비밀을 떠벌린 행동 역시 '오해'였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매듭'은 중학교에 올라오면서 떨어진 성적 때문에 잔소리하는 엄마와 삐걱거리는 민지의 갈등을 그린 작품이다. 그나마 아빠는 자신을 믿어 주는 것 같아 민지는 아빠의 기대에 부응하는 딸이 되고 싶지만 그러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늘 주눅 들어 있다.

게다가 초등학교 때부터 뭐든지 민지보다 잘하고 민지의 첫사랑마저 가로챈 리리가 전학을 오면서 민지의 압박감은 더해만 간다.

그 와중에 엄마의 잔소리가 아빠의 닦달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민지는 반항심에 인라인스케이트장으로 일탈하고, 그곳에서 만난 리리 앞에 또다시 무너지며 좌절한다.

민지는 학교 미술실에 리리를 가둬 버림으로써 분노와 적의로 바뀐 열등감을 쏟아낸다.

하지만 지금껏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아빠의 작은 어깨와 좌절로 얼룩진 뒷모습을 발견한 민지는, 그런 아빠와 마주하면서 비로소 스스로를 제대로 바라보게 된다.

비록 자신에게 좌절만 안겨 준 가족일지라도 이해하고 보듬을 줄 아는, 진정한 사자를 바라는 상호의 꿈.

흉터는 지워지지 않겠지만 스스로에게 '괜찮다'고 되뇌는 재인이의 위안.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고 아끼고 받아들이게 될 민지의 용기.

이들이 품고 있는 각각의 희망이야말로 이 작품의 주제라 할 수 있다.

작품은 그 흔한 '포장'조차 없는 투박하고 덤덤한 문장으로 흘러가지만, 글러브 한가운데에 날카롭게 꽂히는 직구가 위력적인 것처럼 가슴 한가운데에 날아와 박히는 강렬한 문장들이 인상적이다.

/조혁신기자 mrpen68@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