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허구적 역사인식 심층적 고찰 … 원폭·여성 등 7개 주제로 분석
   
 


<'가미카제 특공대'에서 '우주전함 야마토'까지> 박진한 외 4인 지음소명출판226쪽, 1만5000원

'고지전', '포화 속으로', '님은 먼 곳에', '태극기 휘날리며', '실미도' 까지.

대한민국에서 전쟁영화란 단순한 과거의 회상이나 상상이 아닌, 언제든 재현될 수 있는 불편한 현실이다.

영상 속 전쟁을 단지 가상으로만 바라볼 수 없는 우리의 긴박한 현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전쟁영화가 전쟁과 안보에 대한 경각심, 전우애가 고취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주의해야 한다.

다시 말해 오늘날 전쟁영화는 전쟁을 경험하지 못한 젊은 세대에게 전쟁의 기억을 상기시키는 한편, 전쟁을 경험한 이들에게 안보인식을 한층 고양시키는 기능을 수행한다.

실제 전쟁을 경험하고 기억하는 이들이 계속해서 줄어드는 상황에서 전쟁영화는 전쟁체험의 생생한 목소리를 대신해 실제와 가상을 섞어놓은 다양한 이미지와 영상으로 새로운 전쟁기억을 만드는 데 중요한 교육의 수단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일본 역시 많은 전쟁영화가 제작, 상영됐다. 그러나 정부, 기업 등 특정 단체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아 제작됐기 때문에 일본 영화 또한 단지 내셔널한 감정을 흥행에 이용한다기보다는 그 이데올로기적 편향성을 의심해야 한다.

지금까지 전후 일본 사회의 전쟁의식 또는 전쟁관 연구는 주로 역사교과서나 학교 교육 같은 공식화된 영역에 한정돼 있었다.

이로 인해 식민지 지배와 '아시아·태평양 전쟁'에 관한 한·일 양국의 인식차이는 공식화·제도화된 기구 내에서 역사교육과 역사연구에서 비롯된 것으로 인식되는 측면이 적지 않다.

하지만 오늘날 대중의 역사인식은 역사적 사실을 재현한 영상물에 커다란 영향을 받는 것이 사실이다. 더욱이 과학기술과 매체의 발달로 영화나 게임, 휴대폰 등을 통해 매일같이 가상의 전쟁을 경험하는 시대가 되면서 전쟁을 직접 체험하지 못한 세대들에게 전쟁은 단지 흥미진진한 오락, 아니면 이미지로 기억될 뿐이다.

<'가미카제 특공대'에서 '우주전함 야마토'까지>는 바로 이러한 전쟁영상물, 즉 전쟁영화나 애니메이션을 주된 소재로, 공식화·제도화된 역사서술의 저변에 담겨있는 일본사회의 전쟁 인식을 보다 심층적으로 고찰한다.

특히 <'가미카제 특공대'에서 '우주전함 야마토'까지>는 전쟁영화가 어떻게 전후 일본인의 전쟁체험을 상기시켜 재구성하고 다시 재기억화 했는지의 과정과 역할에 대해 주목한다.

이를 위해 이 책은 단순히 영화와 역사적 사실이 얼마나 다른지를 언급하기보다는 허구화되고 상상된 전쟁의 이미지에 담겨있는 일본사회의 '전쟁 인식'을 분석하고 있다.

필자 박진한은 <'가미카제 특공대'에서 '우주전함 야마토'까지>를 통해 "문헌텍스트에 기록되지 않은 또 다른 전쟁에 관한 일본인의 '공통된 심성'을 추적해냄으로써 전후 일본사회의 전쟁관 내지 전쟁 인식을 보다 다면적으로 살펴보는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된다"고 말한다.

지금까지의 일본 전쟁영화에 관한 연구는 주로 영화사 내지는 영화정책사의 입장에서 진행돼 왔다.

이에 따라 아시아·태평양 전쟁기 혹은 만주국 아래에서 제작된, 이른바 '국책영화'를 중심으로 개별 작품과 감독에 관한 연구 성과가 축적됐다.

하지만 이에 반해 상대적으로 전쟁의 이미지화 과정, 다시 말해 전쟁영화의 이미지분석에 대해서는 별다른 고찰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

이에 <'가미카제 특공대'에서 '우주전함 야마토'까지>는 아시아·태평양전쟁 이후 일본에서 제작된 주요 전쟁영화를 소재로 삼아 전쟁이 어떻게 재현되는지에 대해 살펴보고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으로 특공, 원폭, 여성, 반전, 타자, 공상과학, 전후재판이라는 7개 주제와 장르를 설정해 영화 속 전쟁 이미지를 분석한다.

<'가미카제 특공대'에서 '우주전함 야마토'까지>는 문헌사료 중심에서 벗어나 다양한 영상물을 어떻게 역사 자료로 활용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일본사 전공자들의 모임인 '일본영상연구회'의 젊은 연구자 5명의 공동저작으로 2007년 여름부터 주기적으로 연구 모임을 지속해온 그 첫 성과물이다.

/조혁신기자 mrpen68@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