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가지 주제로 실제 경험담 담아 … 또래문제·고민 멘토링


"걔가 맘에 안 든다고? 다시 한 번 잘 봐!"

학교생활이 날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과거보다 높은 수위로 여러 경로를 통해 보다 광범위한 따돌림이 일어나고 있고, 폭력은 물론 자살 등의 극단적인 소식까지 자주 들려온다.

요즘의 현실은 성인의 그것 못지않고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갖가지 문제들로 진행되고 있는 학급 붕괴 현상 속에서 또래 사이에 벌어지는 일이 성적과 진로 문제만큼이나 성장과정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당연하다.

새 책 <나란 놈, 너란 녀석>(팜파스·216쪽)은 '나와 타인'에 관한 쉬운 가치관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그늘진 학교의 풍경 속에서 잊고 지냈던 나와 친구에 관한 숨은 가치들을 발견하는 책이다.

인천해양과학고에 근무중인 임병구(인천교육연구소 소장·전 전교조 인천지부장) 교사를 비롯해 7명의 교사가 집필했다.

겉으로 드러난 십대의 고민은 성적이나 진로 문제이겠지만, 사실 가장 일희일비하기 쉬우면서 나이 들어 가장 많이 생각하는 건 아마 친구 문제일 것이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가정환경, 시험성적, 성격, 외모, 선입견 등이 저마다 다른 동갑내기들이 서로 울고 웃으며 한 교실에서 생활한다.

어떤 친구와 만나고 어떻게 사귀느냐에 따라 학교생활은 지옥이 되기도 하고 천국이 되기도 한다.

소외감, 소심함, 열등감은 누구나 느끼는 당연한 감정이지만 때로는 너무 무거워서 헤쳐 나오기가 어렵다.

단지 잘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

그러니 친구 문제는 학교에서는 성적보다 오히려 심각하고 중요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이 책은 집 밖에서 만나는 첫 인간관계인 친구 관계에서 십대들이 용기 있게 대처하도록 길잡이가 되려고 하고 있다.

공부와 경쟁으로 그늘진 학교, 십대들이 꾸려가는 그 작은 사회 속에서 가장 가까운 타인과의 관계, 즉 친구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 현실적이고 깊이 있는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십대들과 매일매일 마주치고 있는 7명의 현직교사들이 22가지 주제로 저마다 개성 있는 목소리를 전한다.

동네 아이들로부터 테러(?)를 당했던 어린 시절 이야기나 3년 전 졸업한 제자들로부터 전해 들은 왕따 극복기 같은 실제 경험담을 흥미롭게 풀어내면서 소설이나 시, 고전, 영화 등을 통해 다양하게 멘토링한다.

특히 각 글 마지막에 사진과 함께 넣은 짤막한 글들은 십대의 인생 후배들을 향한 저자들의 애정과 진정성을 충분히 느끼게 한다.

이 책은 순간적인 위로나 공감으로 십대들을 다독거리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고민을 더 깊어지게 해서 그 고민과 정면승부를 하게 만든다. 아픔을 어루만지기보다 그 아픔의 근원을 들여다보고 자신의 아픔과 타인의 아픔이 어떻게 닮았는지를 알아가도록 한다.

그럼으로써 공부와 경쟁의 와중에 잊고 있었던 나와 타인에 관한 소중한 가치들을 되돌아보고 올바르게 성장하는 길을 제시한다.

7명의 저자들이 나누어 쓴 글은 큰 맥락에서 보면 '친구 관계'라는 굵은 주제로 이어지고 있지만, 그 사이사이에 나라는 주체, 건강한 자아에 대한 고민이 함께 들어 있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돌아보게 되는 나라는 주체에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며 친구라는 타자와의 관계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상황들을 공감할 수 있다.

친구들로부터 이유없이 소외당하는 기분이 들 때 그것을 극복하는 법, 성격이 다른 친구를 받아들이는 법,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나빠 보이는 친구를 다시 바라보는 법, 친구의 잘못을 감싸주는 게 정말 의리인가 하는 문제, 그리고 학교 폭력을 맞딱뜨릴 때의 자세 등등 나와 친구라는 타자 사이에서 고민을 일으키는 상황들을 생생히 담았다.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난 불행해요", "옆에 아무도 없어요", "그 친구가 밉고 짜증나요"라고 말하며 좌절하는 십대들에게 따스하고 적절한 조언들이 가득하다.

김국태, 김기용, 김진숙, 이수석, 이승배, 이정숙, 임병구 공저.

/조혁신기자 mrpen68@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