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정갈한 시·글에딸의 단아한 그림 덧붙여
박일환 글·박해솔 그림삶창 152쪽, 1만1000원
   
 


전교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쫓겨나 있을 때, 무작정 결혼한 저자는 이 시대 대부분의 아버지들이 그렇듯, 무척이나 바쁜 가장이자 선생님이다.

그런 아버지가 아이들의 어릴 적 모습을 시라는 인화지에 담아둔 가상함을 내세워 그동안 소홀했던 잘못을 조금이나마 탕감받기를 원하는 얄팍한 마음으로 글을 써냈다.

거기에 이제는 다 자란 딸이 십 수년전 아버지가 자신을 키우며 쓴 시와 글에 그림을 그려넣었다. 부녀(父女)는 합심해 별빛 같은 이야기, '아빠와 조무래기별들'(삶창·152쪽)을 빚어냈다.

자로고 아버지는 근엄하고 진중해야 한다는 인식이 다수의 대한민국 사람들의 무의식에 내재돼 있다.
가부장적 사회와 환경 속에서 학습된 잠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아버지상을 그대로 답습한 듯한 저자는 굉장히 무뚝뚝한 아버지다. 오죽하면 둘째 딸이 식구들에게 이런 말을 할까?

"아빠가 한 번이라도 큰 소리로 웃는 걸 보고 싶어."

그러나 마음에 담고 있는 만큼 겉으로 표현하지 못할 뿐인 아빠, 곧 이 책의 저자는 억울하기도 할 것이다.
보통의 아이들은 커가면서 옳고 그름의 기준보다는 맞고 틀리고의 기준을 강요받으며 자라기 쉽다.
그 과정에서 획일적으로 수동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지식은 한창 유연해야 할 사고를 경직시키고는 한다.

하지만 저자가 딸들을 키우는 방식은 사뭇 달랐다. 여느 부모라면 아이가 잘못 쓴 글씨를 옳게 쓸 때까지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받아쓰기를 시켰을 법도 한데, 오히려 저자는 잘 썼다고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사회는 아이들을 점점 벼랑으로 몰아가고 있다. 과거 '학교폭력'이라 함은 교우들 간의 폭력 혹은 선후배 간의 폭력, 선생의 학생에 대한 폭력 등으로 나뉘어 졌으나 이제는 학생의 선생에 대한 폭력까지 공공연하게 자행되고 있다.

이것이 어디 되바라진 학생들만의 잘못인가. 이러한 폭력성 자체는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인가.

여기에서 어른들, 기성세대가 아이들에게 강요하는 것이 무엇인지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윗사람에 대한 무조건적인 순종, 다른 것은 용납하지 못하는 획일성, 무엇이든 이기고 봐야 한다는 무한경쟁 속에서 아이들이 배울 수 있는 게 무엇일까.

어불성설이지만 어른들은 자신들이 아이들에게 보이는 모습은 조금도 생각하지 않고 '마땅히 이러이러해야 한다'는 틀만 규정짓곤 한다. 그렇다면 저자가 꿈꾸는 아이 키우는 환경은 어떤 모습일까. 궁극적으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부분에 대해서도 저자는 이야기하고 있다.

누구나 한때 품었을 첫마음은 중요하다. 처음 내 아이와 눈 마주쳤을 때의 기쁨, 작고 보드라운 발을 만졌을 때의 그 감격을 부모들은 너무도 쉽게 잊고 만다. 그런 의미에서 두 딸의 성장과정을 시와 글에 담은 아버지와, 이제는 다 자란 딸이 자신의 어린 시절이 담긴 아버지의 시에 그림을 입힌 이 작품은 매우 고무적이다.

저자 박일환은 중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아내, 두 딸과 함께 살고 있다. 문학단체 '리얼리스트100'의 회원으로 활동하며 문학이 낮은 자리에 있는 이들에게 위로와 희망이 될 수 있는 길을 찾아가고 있다. 그림을 그린 박해솔은 현재 청강문화산업대 만화창작과에 재학 중이다. 인터넷 사이트에 웹툰 <옆집에 외계인이 산다>를 연재했다.

/조혁신기자 mrpen68@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