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런데요?』

 곽병룡 상자는 정남숙을 바라보며 다시 말을 이었다.

 『헌데 림자는 아직도 내 눈에는 체이적(처녀적) 감상에 취해 그저 착하게만 사는 사람 같이 보여 걱정이야. 사람이 나이를 먹고 세상 이치를 깨우칠 때가 되면 자기 자신과 주변을 정확하게 살피며 지혜롭게 살아야디. 변해버린 주변은 살피디 않고 그저 자기 생각에만 빠져 착하게만 살다보면 본의 아니게 반푼이 소리를 듣게 되고 때로는 소리 소문 없이 세파에 떠밀려 다니다 자기 자신마저 잃어버리게 된다는 말이야. 기래서 세상 경험 좀 하면서 나이 값 좀 제대로 하고 살라고 지금껏 입을 다물고 있었을 뿐이니까 고깝게는 생각디 말라우….』

 『타고난 천성이 그런 걸 어캅네까? 생긴 대로 살아야지….』

 『기러니까니 내래 걱정이디… 앞으로는 그 어떤 고통이 닥쳐온다 하더라도 아이들보는 앞에서 남들을 탓하며 불퉁거리디 말고 분하다고 징징 짜지 말라우. 크는 아이들 앞에서 오마니가 기런 짓 하면 아이들 머리 속에는 알게 모르게 물이 들고, 그러다 보면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도 자신을 키워준 육친의 흉내를 내며 평생 남을 탓하며 살아가게 되는 기야.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어도 살기 힘든 세상인데 자꾸 적을 만들어 자기 주위에 들러리처럼 세워놓으면 도대체 어카갔다는 기야. 기래서 큰아버지와 작은아버지는 늘 「이웃들에게는 베풀면서 살고 아랫사람들한테는 덕을 쌓고 살아라」 하고 만날 때마다 당부하시곤 했어. 내 말 무슨 뜻인지 이자(이제) 료해가 되는가?』 정남숙은 아이들 보는 앞에서 절대로 당의 결정지시에 반발하거나 이웃 당원들을 험담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며 심중의 궁금증을 내보였다.

 『당신은 당 총회에서 당원권리정지처분을 받고 직장에서 밀려나고, 인화는 사상투쟁에서 배신자의 려동생이라고 추방되면서 학교마저 가지 못하게 되고, 나는 인민반 생활총화에 나오라고 해놓고서리 세포비서와 세포들이 서로 짜고서리 「한 하늘을 이고 함께 살지 못할 배신자의 어머니라구 추방시키자」 하면서 인민반 소속 당원들을 선동하면 결국 우리 가족은 어케 되는 겁네까?』

 『당이 결정 지시해 주는 곳으로 쫓겨 가야디 지금 이 상황에서는 별 수 없지 않는가?』

 『아직 수사도 끝나지 않았는데 신소도 한번 올려 볼 겨를도 없이 당이 너무 한다 이 말입네다.』

 『또 그 소리! 여태껏 조국을 배신한 인민들이나 그 가족들은 다들 그런 식으로 내몰리다 오밤중에 쥐도 새도 모르게 정든 곳을 떠나갔어. 당이 우리만 길케 하는 것이 아니니까 앞으로 불평불만이 밴 말들을 입밖에 내지들 말라우.』

 『아니, 려보! 그럼 우리도 오밤중에…?』

 정남숙은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곽병룡 상좌를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