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으로 세상 안은 김수환 추기경 생전 사진·잠언 담아
   
 


〈그래도 사랑하라〉(전대식 엮음·공감)는 선종한 김수환 추기경이 전하는 메시지를 엮은 사진에세이다.

김수환 추기경은 온 국민을 진심으로 사랑하며 자신의 각막까지 이웃에게 바쳤지만 늘 자신을 죄인이라 채찍질하며 살아간 분이다.

이 책에는 김수환 추기경의 인자한 미소와 따뜻한 마음, 고귀한 말씀과 추모 사진전시회 자료, 그리고 지인들이 제공한 자료들이 있다. 늘 우리를 위해 헌신하면서 낮은 곳을 둘러본 그의 아름다운 향기를 되새겨볼 수 있다.

명동대성당 종탑 십자가에 달이 걸린 야경을 무척이나 좋아해 달 밝은 밤에 외출했다 돌아올 때면 그 달빛 야경을 더 감상하려 언덕을 오르락내리락하기도 했고, 붉게 물들어가는 저녁 하늘을 바라보면 고향 풍경과 어머니 품이 느껴져 마음이 편해졌던 김수환 추기경의 일상적인 이야기, 조건 없이 자신을 내줄 만큼 사랑할 줄 아는 이가 가장 큰 자유를 누리는 사람임을, 인간은 진정으로 자신을 버림으로써 참된 자아를 성취할 수 있음을 일깨워주는 지혜를 담은 이야기까지 오롯이 만나볼 수 있다.

선종하기 전 김수환 추기경은 죽음을 준비하는 한 인간의 가장 아름다운 마무리가 무엇인지를 보여주었다.

추기경의 마지막 모습은 죽음을 통해 삶을 가르치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는 곧 어떻게 살 것인가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한다.


추기경의 말씀은 언제나 단순하다.

'착하게 살아라'이다. 세상살이는 수많은 좌절과 고뇌, 상처가 뒤따르는 험난한 길이다.

그래서 우리 모두는 언제나 외롭다. 우리는 살아내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모두가 용을 쓰고 있지만 화려한 성취도 빛나는 복수도 이 근원적 외로움을 달래주지 못한다.

그래도 사랑하며 살라는 것이다. 그것은 천국을 보장받기 위한 종교적인 숙제가 아니라, 내가 먼저 착하게 살고, 대상을 떠나, 이유를 붙이지 않고 "그래도 사랑하라"는 것이야말로 인간이 지닌 근원적 한계와 절대적인 고독을 치유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추기경은 더 단순하고 소박한 삶이야말로 더 온전해지는 길이라고 자주 말했다.

추기경의 검소하고 소박한 살림살이, 가장 누추한 사람에게도 귀를 기울이는 성심, 언제나 간단명료한 말씀들이 그 예이다. 추기경의 말씀 중 우리에게 필요한 가르침의 정수를 그분의 일상사진과 말씀에 담아, 시적인 영상과 함께 마음에 내려앉는 잠언은 종교를 떠나 이 책을 읽는 이들의 영혼을 선의 세계로 이끌어준다.

저자 전대식은 평화방송, 평화신문 사진기자로 20여년 재직하며 추기경의 그림자처럼 살아왔다.

그는 올 3월 '김수환 추기경 선종 3주기 추모사진전시회'를 열었다. 아직도 김 추기경을 그리워해 전시회장을 찾는 수많은 이들의 뜨거운 염원을 담아, 귀한 사진과 말씀들을 엮어 사진에세이집으로 펴내게 됐다.

/조혁신기자 mrpen68@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