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송원인천경실련 사무처장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지난해 말에도 '2012년 인천을 달군 10대 뉴스'를 발표했다. 이번 발표에서 눈에 띄는 것은 총 107명의 설문 참여자 중 각각 74명과 73명으로부터 선택받은 뉴스가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 인천유치'와 '인천시 재정위기 극복에 시민들 나서-1,830,514명 시민서명, 역대 최고'였다는 점이다. 인천경실련이 뽑은 2011년도 최고의 뉴스가 117명 중에 72명이 선택한 '인천시 재정위기 해법 없어-2014 아시안게임 반납운동으로 번져'였던 것에 비하면, 이제는 재정위기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희망을 찾고자 하는 시민들의 마음이 간접적으로나마 읽히는 대목이다. 더욱이 인천경실련에 직접참여하지 않는 다양한 분들에게도 전달되는 설문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 이래 인천시의 대표적 화두는 재정위기였다. 재정위기야 일찌감치 벌어졌지만 시민들 스스로 자신의 문제로 받아드리는데 시간이 필요했다. 더욱이 물의를 일으킨 당사자가 한없이 자기 과오를 감추려하는데 알 방법은 없을 것이다. 결국 지난해 1월 감사원에 의해 시 재정위기가, 시민들이 우려했던 것 이상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이를 감추기 위해 분식결산까지 자행했다는 보도가 이어지면서 현실인식은 급진전됐다. 시민들 스스로 재정주권을 찾지 않으면 자신의 생존권과 재산권을 지킬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엄습했을 것이다. 재정위기와 유동성 위기의 주범으로 낙인찍힌 인천아시안게임 반납논란이 가중됐고 인천지하철 2호선 완공시기 환원문제도 급부상했다.
인천시민들은 '인천시 재정위기 비상대책 범시민협의회'를 결성했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200만 시민 서명운동도 전개했다. 아시안게임과 도시철도 등에 대한 지역간 형평성 있는 국비지원을 요구했다. 정당한 요구였기에 이 자리에는 보수·진보를 막론하여 각계 각층이 한자리에 모였다. 시민들 스스로 희망을 찾아 나선 것이다. 이어 19대 총선에서 여야 동수로 배출된 국회의원들에게 지역의 대표 역할을 주문했다. 그들은 '인천시 재정위기 극복 및 지역현안 해결을 위한 여·야·정 협의체'를 구성했고, 범시민협의회가 제안했던 대회지원법 개정안을 전격 수용해서 입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여야 정치권 어느 누구도 이 약속을 책임지지 않았다. 범시민협의회가 마지막으로 사력을 다한 것은 대통령선거 후보들에게 공약채택을 요구하는 것과 투표율 꼴찌를 탈출해서 인천시민의 자존심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대선투표율 74%, 16개 시도 중 13위였다. 50%에 불과했던 19대 총선 투표율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또 정부의 지원의지가 전혀 없었던 아시안게임 서구주경기장 건설비는 물론 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적극 지원하겠다는 약속도 받아냈다. 안타깝게도 일련의 과정에서 시민들은 지역현안을 해결해야 할 인천정치권의 한계를 극명하게 보았다. 그리고 희망의 씨앗은 시민들 스스로 찾아 나서야 한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GCF사무국 인천유치가 당장은 시민들의 삶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바가 없더라도, 송도경제자유구역에 입주함에도 중앙정부의 공익광고나 정부관계자의 입에서 인천 이야기가 전혀 언급되지 않더라도 시민들은 GCF사무국을 인천의 것으로 만들 희망을 품고 있다. 지난해 한여름과 가을 그리고 매서웠던 겨울의 경험이 인천시민을 참주인으로 자각하게 만들었다. 남은 과제는 박근혜 당선인과 중앙정치권 그리고 인천시가 우리들에게 약속한 것을 제대로 지키는지 시민 스스로의 눈과 귀로 감시하는 것이다.
한편 인천정치권도 시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누가 더 지역의 대표로서 역할하고 있는지를 가늠하는 잣대는 다름 아닌 그들 스스로 시민에게 한 약속들이다. 시민들은 그 성과로 판단할 것이다. 올 한해는 무진 한파를 이겨낸 희망찬 인천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