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원규 소설가


18대 대통령 선거일이 다가왔다. 온 국민의 눈이 박근혜·문재인 두 후보의 초박빙 대권 판세가 어느 쪽으로 결판나느냐 하는 데 쏠려 있다. 그런데 그것 말고 인천 오피니언 리더들이 관심을 갖는 것이 또 있다. 인천이 다시 투표율 꼴찌를 기록하느냐 하는 것이다.

꼴찌라니 창피한 일이다. 지난 12일 인천의 원로 지용택 이사장은 새얼아침대화에서 낮은 투표율 때문에 인천이 여야 모두에게 홀대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선거에서도 대통령 후보들이 영남과 호남은 열심히 다니지만 인천에는 잘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연합뉴스의 자료에 의하면 인천의 투표율은 13대 대선에서 14개 시·도 가운데 14위, 14대 대선에서는 15개 시·도 가운데 13위였다. 15대 대선에서는 16개 시·도 중 8위로 순위가 올랐었으나 16대와 17대 대선에서 각각 14위와 15위를 기록해 다시 최하위권으로 떨어졌다. 투표율도 계속 낮아져 13대 88.1%에서 17대 60.3%로 20년 만에 28% 가량 곤두박질쳤다.

인천 시민들은 왜 투표에 불참하는 것일까. 그 대답은 지난여름 인천시 선거관리위원회와 인천대학교 산하 인천학연구원이 공동으로 개최한 학술토론회에서 나왔다. 그때 인천시민들을 대상으로 벌인 여론조사기관의 설문조사 결과가 발표되었는데 응답자들은 인천의 투표율이 현저하게 낮은 이유를 세 가지로 대답했다. 25%는 인천을 대표하는 정치인이 없어서, 24%는 인천에 중소기업이 많은데 대부분 투표일에도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23.35%는 인천에 계속 살겠다는 마음과 같은 지역 정체성이 적어서라고 답한 것이다.

주목할 것은 첫째와 셋째다. 영남과 호남은 지역색이 강하고 투표에서 힘을 집중시켜 큰 영향력을 발휘하며 그것을 바탕으로 거물 정객들을 배출한다. 부산 대구, 광주 전주 출신은 인천보다 많이 내각에 진출한다.

인천은 그러지 못해 홀대받는다. 투표율이 낮아서 중앙정치에서 홀대를 받고 큰 인물을 배출하지 못하니까 시들해져서 투표를 안 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아시안게임 준비 예산을 중앙정부로부터 제대로 지원받지 못하는 문제도 그 때문이라고 느끼는 인천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그게 인천이 안아야 하는 숙명일까. 그렇지 않다. 최근에 필자는 인천이 낳은 걸출한 인물 죽산 조봉암 선생의 평전을 탈고해 출판사에 넘겼다. 머릿속이 한동안 죽산 선생 시절로 차 있었다. 죽산이 인천에서 제헌의원 선거에 당선되고 중앙 정치무대에서 혜성처럼 떠올랐을 때, 장면 박사가 내각제의 총리였을 때 인천의 영향력은 전국을 휘감았었다. 그때도 인천은 원주민보다 이주자들이 많은 도시였다.

인천이 가진 지역적 정체성을 약점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 인천은 텃세하지 않고 거대한 입을 벌리고 모든 것들을 거침없이 수용해 버리는 그릇과도 같은 도시이며, 침체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도시이다.

내 고장의 앞날을 위하여, 나라의 장래를 위하여 이번에는 모두 투표장으로 가서 소중한 권리를 행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