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재현장에서 ▧
   
 


"학교가 어떻게 학생 것이냐, 학교는 내꺼다" 지난 14일 인하대에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조양호 이사장의 학교 방문소식을 전해들은 시민단체들의 시위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시민단체들을 대하는 조양호, 조원태 부자의 태도는 안타까움을 넘어서 분노를 느끼게 만든다.

조원태 전무는 이사회를 위해 도서관을 들어가던 중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조원태다. 조원태가 왔다. 인하학원과 한진정보통신간 거래내역을 공개하라"고 소리치자 "그래 개XX야, 내가 조원태다 어쩌라고"라고 응수한 뒤 보좌진들과 함께 차를 향해 도망쳤다.

이를 보고 뒤따라가 입장을 물은 기자에게는 "할 말 없어 XX야"라는 욕설을 내뱉기도 했다. 이후 조 전무는 아버지인 조양호 이사장과 학교관계자들을 대동해 다시금 나타났다.

오전에는 운동부원들을 동원해 차량을 막고 있는 시민단체 관계자를 내팽개치고 도서관 쪽문으로 빠져나갔던 조 이사장이 이번엔 쪽문이 아닌 도서관 정문으로 나타난 것이다.

"학생이 학교주인이다, 왜 정보공개를 거부하냐"는 등 시민단체들과 기자들의 질문에 조 이사장은 "(학생이)주인 아니다. 학생이 어떻게 주인이냐, 웃기는 소리마라"며 "학교 주인은 나다. 여긴 사립학교고 사유지다. 내가 주인이다"고 화를 냈다.

분명 인하대 명의는 조양호 회장이 갖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수천억원에 달하는 인하대 1년 예산 가운데 과연 재단인 인하학원이 얼마를 부담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대부분의 예산이 학생들의 등록금과 국비로 채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재단이 부담하고 있는 것은 직원들 월급과 4대보험 뿐이다.

이는 법적으로 사립학교 운영자가 당연히 부담해야하는 돈이다. 등록금과 국비로 나머지 대학 경비들이 사용되고 있는 현실에서 자신있게 학교 주인은 본인이라고 하는 조 이사장의 뻔뻔함이 놀라울 뿐이다.

재단인 한진그룹은 작고한 조중훈 회장이 유지로 만든 정석학술정보관 이후 제대로 된 투자는 하지 않고 있다. 하이테크관은 교비로 지어졌고 제 2기숙사는 민자를 동원해 지은 탓에 학생들은 부담만 늘어버렸다. 강의실이 부족해 전공수업을 제대로 듣기 힘든 경우가 부지기수로 일어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본인이 학교 주인이라고 주장하는 조양호 이사장의 발언은 황당함을 넘어 분노를 느끼게 할 정도다.

학교측의 태도 역시 문제가 많다. 조 이사장을 위해 교직원과 경비원을 동원해 학교 도서관 중앙현관을 봉쇄하고 운동부를 동원해 조 이사장의 차량을 막아선 시민단체 관계자를 끌어낸 것은 학문을 가르치는 대학이 할 일인지 싶다.

이번 조양호 부자의 발언은 이들이 인하대와 인하공전, 항공대를 운영하는 재단 이사라는 점에서 더욱 우려스럽고 학교를 사적 소유물로 여기는 이들의 태도는 개탄스럽기 그지없다. 지금이라도 부탁한다. 하루빨리 재단으로써의 역할을 충실히하고 학생들의 교육여건을 위해 투자하길 바란다.

/김상우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