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계원 인천대 기초교육원 객원교수


홍길동씨는 인천의 송도에 거주하는 50세의 중산층 이상의 시민이다.

그는 출근을 위해 항상 인천항이 보이는 해안도로와 북항 옆을 통과하여 수도권쓰레기매립장을 지나간다.
북성동 고가교를 지나고 북항고가교를 넘어 서구에 들어서니 도로인접에 수많은 원유 및 가스저장탱크들이 하얀 자태를 드러내며 서있는 것을 보게 된다.

인천 송도에 사는 홍길동씨가 일상적으로 겪는 도시 삶의 모습이다.

오늘날 어떤 곳에서는 아침에 기지개를 펴면서 보는 것이 원전시설인 곳도 있고, 어떤 곳은 대규모 가스저장탱크인 곳도 있다. 또 어떤 곳에서는 1년의 대부분을 지하철공사장의 철제복공판 위를 다녀야 하는 곳도 있다.

MB정부는 원자력발전을 미래 녹색에너지로 규정하고 우리나라의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집권내내 펴오고 있고, 이러한 의지는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최근에는 무슨 경쟁이나 한 듯 초고층 빌딩의 열풍에 휩싸여 50층 이상의 주상복합아파트가 전국적으로는 10여개, 인천에만 4개소가 늘어났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지역의 원유 및 가스터미널 역할을 담당하는 인천은 각종 원유 및 가스저장시설, 정제시설 등이 줄어들 기미는 보이지 않고 오히려 증가할 기세다.

이러한 우리 삶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는 시설들은 때로는 우리에게 치명적인 위해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는 것을 상기해야 한다.

30m 이내의 모든 것을 초토화시키고 12명 사망, 65명 부상의 인명 피해를 야기한 1994년의 아현동 도시가스 폭발, 지하철공사장에서 가스누출로 인한 폭발로 101명의 사망자와 202명의 부상자, 그리고 엄청난 물적피해를 야기한 1995년의 대구지하철 폭발사고, 그리고 최근 2010년의 부산 우신골든스위트 고층아파트 화재, 2012년의 구미의 불산가스 누출사고 등은 우리가 먹고 자는, 그리고 일하는 도시 속의 삶의 현장에서 발생한 인위적 재난들이다.

이러한 인위적 도시재난뿐만 아니라 자연재해 역시 인위적 재난을 야기하는 각종시설들과 맞물려 그 피해정도를 예측할 수 없는 만큼 증가시킨다.

우리나라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2006년 독일에서 발생한 전력망 과부하로 인해 연쇄정전사태가 촉발되어 프랑스, 이탈리아, 벨기에, 네덜란드, 스페인, 오스트리아 등 서유럽 전체로 확산되어 유럽 전체가 대규모 혼란에 빠졌던 사례도 있다.

이만큼 현대의 도시시설은 우리의 삶의 질을 윤택하게 해주고, 행복의 필수조건으로 되어 있지만, 이는 도시안전이 완벽하게 보장될 때만이 가능한 일이다.

대선의 열기가 뜨거운 시점에서 박근혜 후보나 문재인 후보 모두 안전문제를 중요한 공약으로 언급하지 않는 분위기다.

어쩔 수 없이 우리는 두 후보 중 당선되는 분이 대형 도시재난상황에서 언제든지 우리를 구해줄 수 있는 전우치이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