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구혁명'통해 유럽식 사회민주주의 극복·재창조 주장
로베르토 웅거
   
 


브라질 현실 정치가이자 미국의 법철학자인 로베르토 웅거(Roberto Mangabeira Unger)의 〈주체의 각성〉(도서출판 앨피)은 우리 시대의 심오한 철학적 전망과 현실적 방안을 담고 있다.

사회변혁 운동의 방향과 사회의 미래를 사유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지리멸렬한 현실과 지지부진한 사회개혁에 염증을 느끼고 점점 개인화되는 우리의 현실에 한 줄기 영감을 비춘다.

저자 로베르토 웅거는 하버드 로스쿨의 법철학 교수이자 브라질의 정치인이다. 그는 1970년대 후반 미국에서 비판법학을 창설한 68세대의 뉴레프트 사상가이다. 마르크스, 칸트, 헤겔, 베버, 프랑크푸르트학파의 영향을 받은 그는 무기력한 '제3의 길'을 거부하고 사회민주주의를 혁신하려는 급진민주주의자이다. 특히 이 책은 지난 2006년 브라질공화당 후보로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려 한 저자의 정치적 출사표이기도 하다.

로베르토 웅거는 일회적 혁명을 부정한다. 사유와 생활을 조직하는 형식 전체를 완전히 다른 형식으로 폭력적이고 급격하고 전면적으로 대체하는 19세기적인 혁명은 혁명적 개혁의 에피소드일 뿐이다. 일회적 혁명으로 변화하는 것은 기존의 제도와 관념의 일부 구조일 따름이다.

웅거는 '영구혁명'을 주장한다. 제도와 의식 구조의 변혁은 일회적인 전면적 교체가 아니라, 일상적인 투쟁과 비상적인 투쟁이 교차하는 영원한 과정이다. 이 영구혁명이 이 책의 목표이자 웅거가 제시하는 '현실적' 비전이다.

저자는 새로운 길로 가고 그 전망에 다가서려면 '영원한 철학'이라고 하는, 우리의 과거와 현실 및 미래를 꽁꽁 에워싸고 있는 견고한 믿음을 깨부수라고 한다. 그런 후에야 주체를 일깨우는, 급진적 실용주의 노선에 발을 디딜 수 있다. 그러기 위해 그는 우리의 상상력과 의지를 옴짝달싹 못하게 묶고 있는 합리화, 인간화, 도피주의에 의문을 부쳐야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인간은 신이라며 인간은 '별들의 시선'으로 우리 인간 세상을 내려다보며 진정 인간 존재에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100년 후, 1000년 후를 내다보는 영원한 개혁으로 가는 길을 찾아 개척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존재들이라고 설파한다.

급진적 실용주의는 웅거가 제시하는 사회개혁의 철학적 문법이다. 이 책은 사상사에서 흔히 '실용주의'라고 부르는 경향들이 철학적으로나 정치적으로 핵심을 상실했으며 그 신봉자들의 입맛에 따라 아주 허접하게 변질되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따라서 우리가 이해하는 윌리엄 제임스나 존 듀이류의 실용주의와 전혀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웅거는 실제 결과가 진리를 판단하는 기준이라고 주장하는 이 철학사상에서 '실용성'이 아니라 '실험성'에 방점을 찍는다.

웅거는 20세기 사회민주주의자들이 정치와 생산의 재편이라는 영역을 너무나 쉽게 포기했다고 비판한다. 20세기 중반 사회민주적 제도들을 도입한 혁명적 개혁들은 '보상적 재분배'라는 미봉책에 안주해 버렸다는 것이다.

웅거는 생산과 소유 영역에서 사회민주주의를 관철하려 한다. 즉 현 유럽식 사회민주주의에서 한발 더 나아가자는 것, 아니 재창조를 주장한다.

그는 민주주의를 급진화하고, 인간의 무한한 가능성을 제한하는 유한성의 굴레에서 벗어나 유럽식 사회민주주의를 극복하고 재창조하자고 제안한다.

/조혁신기자 mrpen68@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