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경문화 정착이후 인간에 의한 환경변화 탐구
   
 


<코끼리의 후퇴>(마크 엘빈·사계절)는 중국 고대 시기인 상 왕조에서부터 제국 시기인 청 왕조까지, 무려 3000년이라는 기간 동안 중국에서 펼쳐진 인간에 의한 환경변화를 다루고 있는 책이다.

약 40여 편의 중국사 관련 논문을 발표했으며, 중국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가진 저자 마크 엘빈이 고대 시기의 전쟁을 목적으로 한 삼림과 초지의 파괴, 인간과 코끼리와의 거주지 경쟁에서 밀려난 코끼리들의 후퇴, 대규모로 진행된 대운하 건설로 인한 환경 변화를 살펴보고, 이러한 변화가 중국의 경제와 사회, 정치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보여준다.

또한 중국 중부 지역과 남서 지역에서 북동지역까지 각기 다른 환경과 각 지역주민들의 삶을 생생하게 그렸으며, 중국인들의 자연관과 사상 ,환경을 다각도로 분석하여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이 책의 제목 '코끼리의 후퇴'는 기원전 2000년 무렵, 중국 농경문화의 정착으로 인간과 서식지 경쟁을 벌이다 밀려난 코끼리의 후퇴 양상이 중국 땅에서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극명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상징적으로 사용되었다. 이처럼 이 책에서는 중국 땅에서의 인간과 자연(환경)의 관계 양상을 다채롭고 밀도 있게 탐구하고 있다.

장대한 중국 환경사의 모든 주제를 망라하고 있는 이 책은 각 시대에 따른 자연경관의 변화는 물론이고, 특정 지역이 지닌 고유한 자연환경이 어떤 환경문제를 유발하는지 매우 세밀하게 논증한다.

특히 환경문제에서 국가의 강력한 통제력을 압도할 정도로 자연자원에 대한 개인과 사회집단의 역할이 중요했다는 그의 분석은 중국 고유의 사회적 역동성을 환경변화의 요인과 결합한, 독특한 시도로 볼 수 있다.

또 하천 유역, 산악지역, 한족과 비한족 지역, 발전 지역과 미개발 지역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환경문제를 여러 가지 사례를 들어 분석해놓았다.

이에 덧붙여 각 지역의 독특한 기후, 암석과 토양, 수질, 나무와 식물, 동물과 새, 곤충 등을 묘사한 시들을 배치하여 독자들이 각 시대별로 각 지역의 자연환경과 일반 백성들의 삶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부분들을 엮으면 훌륭한 박물지가 될 정도로 그 주제가 다양하며, 중국에 관한 그의 이해 또한 탄탄하다.

뿐만 아니라 환경사와 관련된 암시와 문제의식, 중국인들의 세계관과 자연관을 고전 문헌의 분석을 통해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를 더해준다. 서양 출신의 중국학자인 저자가 갖고 있는 중국사와 동물과 식물에 대한 해박한 박물학적 지식은 실로 감탄을 금치 못한다.

전체 3부, 12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역대 중국 문인 130여 명이 지은 시가들과 다양한 문헌 70여 권이 소개되어 있다. 그의 말에 따르면, 환경사란 구체적인 자료를 통해 당시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환경에 대한 사고방식을 정확하게 알 수 있는 시기에만 적용할 수 있으므로 역대의 시가나 문헌, 지역사는 그런 면에서 아주 유용한 1차 사료인 셈이다.

/조혁신기자 mrpen68@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