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 지음도서출판 비룡소240쪽, 1만원
   
 


<원더랜드 대모험>(이진·비룡소)은 출판사 비룡소의 청소년 문학상인 '블루픽션상' 올해의 수상작이다.

1980년대 후반 서울의 개발 풍경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그늘진 공장 지역 '벌집' 촌에서 지리멸렬한 삶을 살아가던 소년이 강변의 부자 동네 한복판에 세워진 동양 최대 규모의 놀이공원 '원더랜드'에 가는 티켓을 얻게 되며 벌어지는 모험을 그리고 있다. 작가는 여전한 서민들의 가난과 급변하는 도시의 화려한 개발이라는 극과 극의 모습이 기괴하게 공존했던 당시 시대 모습에 착안하여, 주인공 소년의 욕망과 도시의 허울을 '원더랜드'라는 판타지적 공간에 빗대어 표현하였다.

원더랜드의 다섯 가지 놀이기구인 '그레이트 파이브'에서 매 단계 경기를 펼치는 아이들의 모습에선 양파 껍질을 하나씩 벗기듯 눈물 나게 맵디매운 현실의 맛과 미묘한 긴장감이 느껴진다. 선천성 심장병을 앓고 있는 동생을 위해 매일같이 심장재단에 편지를 보내는 엄마, 별 뾰족한 결과를 얻지 못하면서도 공장을 옮겨 다니며 투쟁을 그만두지 않는 아빠, 이웃의 온갖 냄새와 뒤엉켜 사는 좁고 허름한 동네의 모습 등 당시 사회의 면면 또한 자연스레 녹아들어 있다. 지금 청소년의 부모님 세대가 그 시기에 마주했던 삶의 모습들이 공간에 대한 세심한 관찰을 통해 풍성하게 묘사되어 있어, 과거를 새롭게 체험하고 돌아보게 하는 타임캡슐 같은 소설이다.

소설 속 주인공은 나는 나쁜 소년이 아니라 그저 평범한 욕망을 가졌을 뿐이라고 늘 고뇌한다. 그러나 소년의 욕망은 "청룡 열차를 타고 은하철도 999처럼 빛의 속도로 하늘을 가르며 은하계 저편으로 날아가 버리고 싶다. 이 지긋지긋한 골목길에서, 남이 싼 똥 구린내를 맡으며 라면을 먹어야 하는 지옥 같은 단칸방에서 최대한 멀리"라고 독백하는 것처럼 현실 속에서 실현되지 않는다. 그래서 소년은 원더랜드라는 판타지에서 그 꿈에 접촉하려 한다.

이 소설은 청룡열차를 타고 답답한 현실에서 탈출하고자 하는 욕망이 처절하게 느껴졌으며 원더랜드라는 허황된 소재를 통해 "별거 없음"을 깨달아 가는 과정을 잘 녹여냈다는 평을 받았다. 또한 30년 전의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삼아 청소년 문학의 범위를 확장시켰다는 평을 받았다.

작가 이진은 서울은 변화의 속도가 사람들의 이해력을 한참 앞지르는 공간이다.

어린 시절을 보낸 건물은 추억을 되새길 나이가 되기도 전에 폐허가 되고, 그 폐허 위에 최신식의 건물이 세워지고, 유행이 끝나기도 전에 또다시 폐허가 되기를 반복한다.

서울 시민들은 등하교길과 출퇴근길에 셀 수 없이 많은 공사와 재건축의 현장을 지나친다. 파괴와 재건이 무심히 반복되는 일상을 산다는 것. 그것은 전쟁의 한가운데서 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라고 작품을 쓰게 된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저자 이진운 만화가를 꿈꾸며 노량진 재수학원 앞의 피시방에서 인터넷 만화 동호회를 운영한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이후 광고 프로덕션, 온라인 게임 회사 등에서 콘텐츠 기획과 시나리오 작업을 하며 소설 습작에 빠져들었다.

이십 대를 쭉 지배했던 '어른 되기를 두려워하는 마음'을 이야기의 형태로 씻어내고자 성장이라는 주제에 관심을 가지 며<원더랜드 대모험>이라는 첫 장편소설을 써서 제6회 블루픽션상을 수상했다.


/조혁신기자 mrpen68@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