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상봉 외 7인


대통령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내가 밤새 읽은 <당신들의 대통령>(김상봉 외 도서출판문주)은 지금 소개하지 않으면 5년 후에나 다시 읽힐지 모르는 태생적 비운(?)을 타고난 책이다.

어차피 대다수의 책이란 시대의 조류에 따른 소모품이자 소비재이기 때문에 출판사나 저자가 그 태생적 비운을 탓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쩌면 나는 신문 지면에 책을 소개하는 글을 쓰는 행위가 이번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상황을 그다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며 끽연을 하고 차를 우려 마시며 책을 읽으며 글을 쓴다.

나는 문화인이자 교양인인 척 가식을 떠는 걸까? 아니 지금까지 가식을 떨며 글을 써왔던 건 아닐까? 이 모든 가식과 위선의 근원은 무엇일까?

나는 내게 주어진 지면을 통해서 가까운 미래에 닥칠지 모르는 일들에 대해서 독자들에게 미리 양해를 구해야한다는 의무감을 떠안고 있다.

솔직히 말해서 이젠 책을 읽는 것도 두렵고 글을 쓰는 것은 이를 잡는 것 이상으로 귀찮다. 이런 상황이니 내 주변에 존재하고 있는 쥐벼룩 같은 인간들을 상대하는 것은 더더욱 짜증나는 일이다.

때로는 이 쥐벼룩들이 살을 물어뜯고 피를 빨아먹으려고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말이다 인생이 지루하고 덧없다고 느껴도 이왕 뚫린 입으로 말은 제대로 해야 하며 이왕 뜨거운 피를 가진 온혈동물로 태어난 이상 행실만큼은 똑부러지게 해야 하지 않겠는가?

쉬운 얘기로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또 다시 오류를 범하지는 말자는 얘기다.

때로는 오류는 범죄가 될 수도 있고, 침묵은 범죄에 대한 공모가 될 수도 있다. 정치에 대한 무식과 무지가 어떠한 결과를 초래하는지는 지난 반세기 동안 충분히 겪어보지 않았는가? 더군다나 지난 5년 간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당신들의 대통령>은 꼭 읽어볼만한 책이다.

저자는 주류 정치학자들이 아닌 이를테면 재야급(?) 논객 8명이다.

저자들은 이승만부터 이명박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을 분석하고 해체하며 그들의 정치적 스탠스와 오류들을 이 책에서 조목조목 따지고 있다.

이 책을 발간한 출판사측은 "대통령(제)에 대한 국내 최초의 인문학적 성찰이자 사회문화적 분석"이라고 자화자찬하고 있는데, 책 판매를 위한 광고성 멘트일지언정 그 자찬이 그리 거슬리지 않는다.

저자들은 역대 대통령의 통치 행위와 경제 발전을 둘러싼 허구와 실제를 구분하고, 대중의 열망이 대통령이라는 특이한 정치 현상과 어떻게 결합해왔는지 해석하고 있다.

저자 여덟 명은 각자의 전공 분야가 다른데 상이한 전공만큼이나 각기 다른 길을 경유하여 우리나라 대통령제 하에서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의 영역이 어떻게 굴절되고 발전돼 왔는가를 살펴보고 있다.

가령 경제 분야만 놓고 본다면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중 누가 가장 성공한 대통령이고 누가 가장 지질이도 못난 실패한 대통령일까?

이 책의 저자로 참여하고 있는 젊은 논객 한윤형은 역대 대통령들의 경제정책을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냉정하게 분석 평가하고 있다.

그는 이승만은 "무모한 북진통일론으로 미국에게 삥을 더 뜯어"내고 "한일 수교를 미루면서, 박정희에게 찬스 카드 한 장 준 공로 정도는 있다"고 높이(?) 평가하는데 그 평가의 이유가 "만약 자유당 정권이 일본으로부터 배상금을 받았다면 그 돈은 허무하게 허공으로 날아갔을지도 모를 일이니까"라고 한다.

독재자의 비참한 말로를 어김없이 보여줬던 박정희의 경제정책에 대한 결론은 다소 유보적이다.

공과를 둔 논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논쟁의 첨예함은 박정희의 유일무이한 계승자로 비록 파더 콤플렉스에 빠져 지지율 정체를 보이고 있지만 고 박정희의 장녀 박근혜가 대선후보로 나온 상황을 보면 짐작이 갈 것이다.

뭐 샛길로 빠지는 소리지만 왕조시대 말고 근대 정치체제가 확립된 이후 지구상에서 독재자의 후손이 다시 권력을 잡거나 잡으려는 나라가 있었던가?

다른 글들도 이번 대선에 올바른 한 표를 행사하는데 피가 되고 살이 되니 꼭 읽어보시길. 그런데 글을 쓸 때마다 드는 생각인데 책 한권을 소개하는데 늘 지면이 부족한 이유는 뭘까?

규정된 원고매수를 초과하면 회사 규칙을 어기게 되는 걸까?

/조혁신기자 mrpen68@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