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재현장에서 ▧
   
 


지역내 교육 향상을 위해 연세대와 인천시가 함께 하기로 한 '연인프로젝트'라는 이름의 이벤트가 있다. 내년에 송도캠으로 들어올 연세대 신입생 4000명이 인천시내 초·중·고등학생의 학습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인천시는 연세대에 2억원을 지원하기로 했으며 지난 20일 송영길 인천시장과 나근형 교육감 등은 연세대 송도캠퍼스에서 협약식을 열고 사업추진을 축하했다. 인천시는 인천의 원도심 초·중·고등학생을 우선 대상자로 선발해 1:1로 연세대학생과의 학습 수혜자가 되게 하겠다고 밝혔다.

송 시장은 이 사업을 통해 지역내 교육환경과 학생들의 학력이 향상될 것이라 기대된다고 인사말을 했다.

정갑영 연세대 총장 역시 '섬김의 리더십'을 실현하고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기회라고 말했다.

하지만 두 인사가 선전하듯 인천이 갑자기 교육 파라다이스가 될지는 잘 모르겠다. 우선 이 사업이 대학생들의 자발적 '봉사'를 근거로 삼고 있느냐의 문제다. 인천시는 연세대에 봉사 관련 교양과목이 개설될테고 학생들이 '연인프로젝트'에 참여할 경우 학점을 이수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대가가 있는 이상 자발적인 동기나 순수한 의지가 퇴색된다.

전문성도 걸린다. 연세대 송도캠퍼스에는 신입생만 온다. 갓 고등학교를 졸업해 입학한 대학생들이 모두 초·중학생뿐 아니라 고학생까지 가르칠 자격을 갖춘 건지 검증이 안됐다. 아무나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는 건 아니다.

무엇보다 불편한 사실은 대상이 연세대라는 것이다. 송도 알짜배기땅을 말도 안되는 가격에 차지해 캠퍼스를 세웠고, 인천시 역시 값을 후려쳐서라도 어떻게든 모셔오려 했던 학교다. 편의를 봐주는 대신 인천에 들여올 것이라고 약속했던 세브란스 병원 입주는 지켜지지 않고 있고, 2013년부터 이루기로 한 신입생 거주확약은 학생들의 극심한 반발로 불과 얼마 전까지 추진이 불투명했었다.

인천에 연세대가 들어서면서 발생할 경제유발효과 때문이라 하더라도 인천시와 연세대는 해도해도 너무한 불평등 관계다. 이런 연세대가 인천 촌동네로 오시면서 갑자기 아이들이 불쌍했는지 방과 후 인천을 가르치겠단다.
난데없는 계몽운동이라도 하겠다는 걸까. 연세대라는 이름 하나로 위풍당당히 그 모든 특혜를 받아 놓고도 약속도 지키지 않는 그 동안의 과정이 있어서인지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연세대의 기획을 아무 여과없이 감복해 하는 인천시의 굴욕적 자세는 더할 나위없이 한심하다.

원도심 초·중·고등학생들은 연세대 학생이라 해서 그 어떤 검증도 안된 대학생의 학습을 받아야 하나. 원도심에 산다는 이유로 학생들은 연세대의 시혜나 얻어야 하는 무지몽매한 무리들로 전락했다.

이날 협약식에 참석해 함박웃음으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던 송영길 시장에게 묻고 싶었다. 시민들의 정서적인 부분을 한번이라도 고려해 봤는지. 인천이 서자 대접을 받는다고 불평하면서 실상은 본인이 앞장 서 2등 취급을 자초하고 있는 건 아닌지.

/장지혜 정치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