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600년 천년을 내다본다
   
▲ 국가대명절 설날을 일주일 앞둔 26일 경기 안산 행복예절관에서 다문화 가정 외국인 주부들이 송편빚는 법을 배우고 있다. /김철빈기자 itimes21@itimes.co.kr


외국인 35% 경기도 거주

안산·수원·화성 밀집


원곡동 '작은 지구촌'

다문화 사회 정착 위해

외국인 전담기관 설치



40여년 전, 기자가 중학교 1학년 때 쯤으로 기억된다. 어느 날 짝이 처음보는 과자를 가져왔다. 초콜릿이었다. 독일에 간 누나가 보내준 것이라고 했다. '잘사는 나라 독일'로 돈 벌러 간 간호사 누나였다. 바로 외국인노동자인 셈이다. 이제, 그 외국노동자들이, 결혼이주여성들이 '잘사는 나라 대한민국'으로 들어오고 있다.

현재(2012년 8월 행정안전부 발표 기준) 외국인 주민 140만9577명이 살고 있다. 2007년 100만명을 돌파한 이후 빠르게 늘고 있다. 경기도에 살고 있는 외국인은 42만4946명이다. 도내 인구 1193만7000명의 3.6% 수준이며, 지난해보다 11.6% 증가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곳은 안산시로 6만583명이다. 수원 4만537명, 화성 3만2950명이다. 1만명 이상 외국인 주민이 거주하는 시·군은 안산·수원·화성·성남·시흥·부천·용인·고양·평택·김포·포천·광주·파주·안양 등 14곳이다.

국적별로는 조선족을 포함한 중국 출신이 25만198명(59%)으로 가장 많고, 베트남 3만9002명(9%), 필리핀 1만822명(4%), 미국 1만6684명(4%) 순이다.

이처럼 일터와 삶터를 찾아 온 외국인 주민들에게 경기도는 소망의 땅이 되고 있다.


 

   
▲ 안산시 원곡동 다문화거리.


▲다문화와 다문화주의
현재 한국사회에 다문화주의 논의가 뜨겁다.
"밴딩과 킴리카(Banding Kymlicka, 2006)는 다문화주의 정책을 '정부가 소수민족집단(ethnic groups)을 공적으로 인정·지원·수용하려는 정책'으로 한정해 정의한다."(경기문화, 최종령 계명대 사회학과)

다문화는 "상이한 문화집단을 평등한 사회구성원으로 끌어안을 수 있어야 한다는 믿음"을 뜻한다. 다문화주의는 정의내리기가 어려운 복잡하고 논쟁적인 개념이지만, 다양한 문화적 주체들이 자신들의 고유한 문화를 유지하되 동시에 평등하게 공존할 수 있어야한다는 공통의 문제의식이 존재하는 셈이다.(경기문화, 오경석 한양대학교 다문화연구소)

정부가 다문화주의 정책이란 이름을 빌려 실제로는 순혈주의적이고 가부장적인 동화정책을 펴고 있으며, 문화적 다양성 촉진 대신에 사회통합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테일러(Taylor, 1992)가 말하는 다문화주의 개념이 가장 넓게 사용되고 있다.
그는 다문화주의를 문화적 다수집단이 소주집단을 동등한 가치를 가진 집단으로 인정하는 '인정의 정치'(the politics of recognition)라고 정의하여, 다문화주의를 인종이나 민족의 다양성 문제로 정의하고 있다(윤인진, 2007)."(다문화사회의 이해와 실천, 조원탁·박순희·서순희·안효자·송기범·이형하, 양서원)

정부가 이민·다문화정책을 체계적·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선 이 업무를 전담할 이민청 같은 부서의 설립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8개 중앙 부처별로 행정서비스가 이뤄지다보니 중복수혜자들이 넘쳐나는 등 컨트롤 타워의 부재에 따른 문제점들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다문화 해방구 안산 원곡동
안산시 원곡동은 우리나라 대표 다문화 마을이고, 외국인 노동자 밀집지역이다. 안산다문화마을 특구는 지하철 4호선 안산역 앞 원곡동의 일부 지역(36만7541㎡)을 말한다.
 

   
▲ 안산 원곡동 외국인주민센터.


원래 원곡동은 안산의 구도심 중심이었다. 1980년대 초에 조성된 시화·반월공단에 인접해서 노동자들이 밀접 거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후 사람들이 더 좋은 주거환경과 상권을 찾아 신도시로 이주했다.

"정부가 1992년 산업연수생 제도를 도입하면서 외국인 노동자의 고용을 허용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반월공단에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한국의 다문화공간, 정병호·송도영, 현암사)

이렇게 1990년대 후반 반월·시화공단에 외국인노동자들이 유입되면서 원곡동은 다시 활기를 띈다. 공단과 가까워 교통이 편리하고 저렴한 다세대 주거공간이 많았기 때문이다. 주거와 상권은 이주노동자라는 새로운 소비층에 맞게 급속히 변했다. 이에 맞춰 안산시는 다양한 행정지원 기반을 구축했다. 주민 3명 가운데 2명이 외국인이다.

여러 나라의 외국 음식점과 상가들로 주말이면 전국에서 5만여명의 외국인들이 찾아오는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이곳에는 동남아 친구들이 많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3년 체류기간이고 한번 연장하면 최장 4년10개월을 머물다가 본국으로 돌아간다. 매년 5만7000~10만 이상이 순환하면서 들어오고 나간다.
특구에 있는 1374개 점포가운데 23%가 외국인 상점이다. 14개국 161개소가 외국음식점이다. 중국인이 운영하는 음식점이 121개로 가장 많고 그 다음이 인도네시아, 베트남, 파키스탄, 네팔, 태국,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인도, 미얀마 순이다.

이곳 음식점은 단순히 외국음식만 파는 것이 아니다. 외국인들이 만나고 소통하는 장소다. 외국인들이 본국 가족과 친구들하고 유일한 소통 통로가 핸드폰인데, 그걸 이곳에서 산다. 휴대폰을 개통하고 고향에 안부전화도 한다. 다른 곳은 언어소통이 어렵기 때문이다.

자국 나라 식당에서 음식을 먹고 친구를 만나고 상담하고 송금하고, 건강진료도 하고, 모임도 갖는다. 그리고 2~3주일 동안 먹을 식재료를 사가지고 돌아갔다가 다시 또 돌아온다. 고향의 정취를 느끼고 결코 녹녹하지 않은 이국생활의 희노애락을 나누기 위해서다. 평소에는 내국인들이 다문화를 체험하고 이해하는 공간이다.

7년째 안산에 살고 있는 마리나(marina·33)는 러시아가 고향이다. 지금은 두 아이의 엄마이면서 다문화 강사다. 초등학교 5학년에 다니는 딸이 올해 부반장이 됐다. 그는 "딸 아이가 파란 눈의 러시아 사람 외모이다보니 처음 학교 다닐 때는 힘들어 했다. 하지만 학교 아이들이 다문화 수업을 듣고 나면서부터 딸 아이와 친해졌다"고 했다.

그러기에 외국인 주민들에게 이곳은 제2의 고향이다. '국경없는 마을', '작은 지구촌', '다문화 거리' 등 많은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글 이동화·사진 김철빈기자 itimes21@itimes.co.kr




인터뷰 / 전재구 안산 외국인주민센터 소장

 

   
▲ 전재구 안산 외국인주민센터 소장.


"우리와 똑같이 되는 '동화'가 아니라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융화는 길을 찾고 있다."

지구 위에 딱 하나 밖에 없는 곳이 있다. 내국인과 똑같은 행정서비스를 외국인들에게 제공하는 '안산시 외국인주민센터(http://global.iansan.net)'다. 안산시는 25개 행정동으로 이뤄졌는데, 여기에 하나를 더한 26번째 주민센터인 셈이다. 안산시가 직접 다문화 정책을 추진하는 일선 현장이다. 다른 자치단체들이 보통 정부의 다문화 관련 사업을 위탁 운영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전 소장은 "대한민국의 다문화정책을 이끌고 있다는 자긍심으로 직원 30명이 토요일과 일요일도 반납한 채 1년 365일 외국인 주민들에게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도 설고 물도 설고, 낯선 이국땅 안산에는 세계 66개 국가에서 온 외국인 6만여명이 둥지를 치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가 70%, 결혼 이민자가 11% 정도다. 중국인이 제일 많고, 우주베케스탄,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러시아 순이다. 그 가운데 원곡동은 주민 3명 가운데 2명이 외국인이어서 '국경없는 마을', '작은 지구촌' 등으로 불린다. 안산시 인구 대비 17명 가운데 1명이 외국인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우리 센터의 특징은 365일 문을 연다는 점이다. 우리 고객인 외국인 주민들은 근로자가 70%나 차지한다. 이들은 평소 낮에는 일한다. 행정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야간이나 토요일과 일요일뿐이다." 행정서비스 창구는 센터 안에는 물론이고 센터 밖 특구에도 있다. 우선 센터 건물에 있는 '외국인 주민 통역상담지원센터'에서는 12개 언어로 외국인들의 임금체불과 사업변경, 출입국 등의 업무를 지원하고 있다. 외국인 주민들에게 고충상담은 기본이고 법률구조까지 해결해주고 있다. 월 평균 4100건을 처리한다.

전 소장이 특히 관심을 쏟는 부분이 다문화 아동의 복지와 교육, 건강 등 통합서비스를 제공하는 '안산 We Start 글로벌 아동센터'다. 외국인 2세들이 건강한 사회의 일원으로 자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문화 작은도서관'는 17개 나라의 책 1만권을 소장, 도서 열람 및 대출을 하고 있다. '문화의 집'은 공동체행사와 교육, 각종 모임, 생활체육 공간으로 무료로 대여해 주고 있다. 또 무료 진료센터에서는 일반 내과와 치과, 한방을 운영하고 있다. 센터 1층 '외환송금센터'에서는 기업은행이 365일 외국인들에게 송금 등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다문화마을특구 한켠에 있는 '다문화홍보학습관'은 아동과 청소년들이 다문화를 체험, 학습하는 공간이며, 내·외국인이 소통하는 공간이다.

박은주 다문화교육팀장은 "홍보 학습관은 다양한 나라의 악기와 인형, 가면, 유물, 음식, 화폐를 관람하고 세계전통 의상을 입어보고, 놀이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곳"이라며 "외국인 17명과 한국인 통역 4명 등 다문화 강사 21명이 유치원생들과 초등학생 등에게 중국과 일본, 러시아, 인도 등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센터는 안산교육지원청하고 협약을 맺고 '찾아가는 다문화 1일 교실'을 3년째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다문화 강사 21명이 유치원·초등학생과 중학생 9만명에게 다문화 이해 수업을 했더니, 학교 문화가 달라졌다고 한다.

전 소장은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다문화는 앞으로 우리나라가 선진국 대열에 들어가는 필수 조건"이라며 "다문화는 상대를 존중해 주고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화기자 itimes21@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