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재현장에서 ▧
   
 


인류와 함께 한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에 대한 궁금증은 '종과 개체','진화론과 창조론' 더 나아가 '유물론과 관념론'의 논쟁으로 비화되곤 한다.

태초에 알(종)이 있어 진화를 거듭해 지금의 닭이 됐다는 주장과 조물주의 뜻에 따라 닭(개체)이 만들어졌다는 입장은 언제나 평행선을 달린다.

말(논쟁) 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야 해답 없는 이 물음에 대해 저마다 철학적 깊이를 담아 목소리를 높이지만, 대게는 원인과 결과를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을 빗대어 설명할 때 이 같은 명제를 꺼내든다.

일상에서 특정한 일(사건)의 순서를 정하는 데 의견이 맞지 않을 경우 닭과 달걀이 등장하는 이유다.

얼마 전 기자도 국토해양부 한 관계자로부터 "결국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아니겠습니까?"란 말을 들었다.

인천 신항의 수심 확보에 대해 얘기 중이었는데, 국토부의 주장 '8000 TEU급 선박 취항 후 항로 증심'과 인천항만업계의 '16m 증심 후 대형 선박 유치' 입장에 대한 관계자의 답변은 결국 닭과 달걀이었다.

어찌보면 서로의 의견이 평행선을 달리니 명제의 인용도 가능했다. 그런데 그는 한 가지 중요한 점을 놓치고 말았다.

닭과 달걀은 인류의 역사를, 개인적 삶의 잣대를 세우는 철학적 의문에서 출발한다. 반면 신항 수심 문제는 향후 인천항 발전을 위한 필수 요건이란 점이다.

닭과 달걀이 형이상학적 물음이라면 신항 수심은 보다 현실적인 생존의 문제란 것이다.

글로벌 해운업계의 추세는 8000 TEU 이상의 모선 취항을 서두르고 있다. 신항 건설을 통해 글로벌 항만으로 도약을 꿈꾸는 인천항도 이와 무관치 않다.

걸림돌은 수심이다. 현재 건설 중인 신항 수심 14m로는 모선 취항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16m 증설을 요구한다. 무척 단순하고 명쾌한 논리다.

하지만 국토부는 엉뚱한 논리는 들이댄다. 모선을 유치해야 증설이 가능하단 것이다. 자동차 제조 회사가 영업사원에게 차를 팔아오면 그때 차를 제작하겠다는 꼴과 같다. 결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가 아니다.

/배인성 경제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