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간 수천명 인터뷰 … 실제 사례 통해'벗어나는 법'제시
   
 


<나는 왜 내 편이 아닌가>(브레네 브라운·북하이브)는 저자 브라운 박사가 12년에 걸쳐 수천명의 사람들을 만나고 인터뷰 하면서 '내 안의 마음감옥'의 정체가 수치심이라는 것을 밝혀낸 책이다.

저자는 얼굴이 붉어지고 심장이 빨라지고 숨고 싶고 달아나고 싶고 화나게 하고 심지어 파괴적인 행동으로 나를 끌고 가는 이 감정의 정체를 이 책을 통해 하나하나 파헤쳐간다.

그러면서 저자는 이 마음의 여정에 동행하면서, 우리는 '나를 괴롭혀온 그 오랜 해묵은 상처'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법을 알려준다.

우리를 괴롭히는 완벽주의 신화란 무엇일까?

일, 가정, 외모, 건강 등 모든 걸 완벽하게 해내야 하는 '완벽함의 이상향'은 우리를 주눅 들게 한다고 한다. 그 모든 완벽성은 존재할 수도 없고, 존재할 리도 없다고 말한다.

저자는 우리는 우리 머릿속에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렌즈를 넣어두고, 나의 일거수일투족, 가족, 배우자, 자녀의 모든 것을 그 렌즈를 통해 바라본다고 지적한. '이건 틀렸고, 이건 괜찮고', 그렇게 품질확인증을 받듯 내 인생을 점수 매기는 동안, '진짜 나'는 점점 더 연약해지고 도움을 필요로 하고 대화에 목말라 하며 서서히 말라간다.

우리는 나 자신 혹은 주변의 소중한 사람과 진정으로 소통하기보다, 내 머릿속에 있는 24시간 감시카메라를 만족시키는 데 온 에너지와 시간을 허비한다.

만족시키려 해도 절대 만족시킬 수 없는 바로 그 대상을. 그렇게 내 안에 내가 만든 '마음감옥'을 지어놓고 그 안에 갇혀 아무도 보지 않을 '트루먼 쇼'를 찍고 있다.

사실 브레네 브라운이 말하는 '우리가 만든 우리 안의 마음감옥'의 실체는 '수치심(shame)'이다.

그러나 문화권을 막론하고 수치심이라는 단어는 그걸 언급하는 것조차 금기시된다.

극단의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에 국한되는 게 아니다.

매일의 좌절, 절대기준과의 끊임없는 비교, 상처 받지 않기 위해 벽을 쌓고 남과 나를 분리하는 모든 '단절'의 이유는 사실, 이 수치심으로부터 비롯된다.

수치심이란 '내가 갖고 있는 무언가를 남이 알게 되거나 밝혀지면, 내가 가치 없어지거나 사랑 받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여기는 감정'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에게 버려질 것이 두려워, 다른 사람과 단절한다.

뚱뚱해지면, 못생겨지면, 돈이 없어지면, 지위를 잃으면, 똑똑하지 못하면, 리더십이 없으면… 버려질까봐, 애써 괜찮은 척한다.

그리고 그런 서로를 보면서 '내가 저 사람보다 더 부족하다'는 생각에 또 다시 자기 자신을 닦달한다.

이 감정이 쌓이고 쌓여서 안으로 침잠하면 우울로 나타나고, 곪고 곪아서 밖으로 폭발하면 분노, 비난, 책임전가, 폭력으로 드러난다.

브레네 브라운은 이러한 우리 안의 '마음의 메커니즘'을 누구보다 명쾌하게, 그리고 실제 사례에 근거해 풀어낸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것으로부터 벗어날 방법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책을 읽다보면, 처음엔 동병상련의 놀라움이, 그 다음엔 너무도 사실적인 다른 이들의 고백에 당혹감이, 그리고 이윽고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똑같으며 분명히 그것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것에 안도감이 느껴진다.

/조혁신기자 mrpen68@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