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물질에 병들어가는 청소년
   
 


청소년들의 유해물질 중독 실태는 그야말로 심각하다. 최근 보도된 본보 기획기사는 이를 잘 보여 주고 있다. 문제는 유해 물질로 인한 피해를 원상복구 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특히 정신적, 신체적 피해는 100% 원상태로 돌리기 힘들다는 게 취재 과정에서 만난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의견이었다.

전문가들의 의견과 다르게 실제 본드와 니스를 경험한 학생들과의 인터뷰에서 학생들은 유해 물질로 인한 피해에 대해 별것 아니라는 듯한 태로로 일관했다. 뿐더러 일부 학생은 본드나 니스로 인해 정신적, 신체적으로도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인터뷰 내내 축농증, 어눌한 말투, 부족한 이해력, 낮은 기억력 등 정상적인 사람과 뭔가 다른 듯한 느낌을 받았다. "본드 끊은 지금은 예전이랑 똑같아요.", "좀 이해가 잘 안될 때도 있는데 본드 때문은 아니에요." 쉬운 질문에도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고 오랫동안 생각하는 등 학생들은 "잘 기억이 안난다"는 답변을 많이 했다.

전문가들의 말대로 스스로의 상태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인터뷰 후 여러 차례 전화 통화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심지어 며칠 전 만났음에도 기자와의 면담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는 학생까지 있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학생들은 대부분 스스로 무슨 말을 했는지, 왜 만났는지 등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다. 취재를 할 수록 유해 물질에 중독 됐던 학생들을 보며 되돌아 올수 없는 상태가 된 것 같아 안쓰러운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유해 물질에서 벗어나 반듯하게 생활하고 있다지만 과연 이런 상태의 학생들이 성인이 되고 사회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을 지 걱정을 떨칠 수 없는 게 취재 후 기자가 갖게 된 솔직한 입장이다. 한마디로 우려스러울 따름이다.

본보 기획 기사를 통해 수 차례 지적한 것처럼 이제는 유해 물질에서부터 청소년들이 벗어날 수 있도록 좀 더 각 단체와 기관 및 어른들이 적극 보살펴 줘야 한다. 성, 담배, 술 등에 관한 교육처럼 조기에 유해 물질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교육을 한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학생들이 유해물질의 영향권에서 벗어 날 수 있을 것이다.

/최성원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