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매 사진가 쿠바 여행기 … 혁명아닌 생활'감동적'
   
 


<쿠, 바로 간다>(김혜식, 김안식·푸른길)는 그림 같은 쿠바의 일상에 카메라를 들이댄 여행 사진집이다.

이 책은 쿠바의 일상, 사랑 그리고 그리움에 관한 이야기를 사진으로 들려주고 있다.

저자 김혜식과 김안식은 사진을 좋아하는 자매로 쿠바에 관한 책, 영화, 신문 기사를 꼼꼼히 공부하고, 쿠바로 날아가 그림 같은 쿠바의 일상을 사진으로 담아내고 있다.

일용할 양식을 받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의 모습, 간소하게 차려 놓은 파티에서 열정적인 춤을 추는 모습, 기념사진을 찍자는 말에 쿠바 이민 1세대인 한인 아버지의 사진 밑으로 가서 포즈를 취하는 할아버지의 표정은 쿠바의 진짜 모습을 보여준다.

관광지나 맛 집을 소개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과 같으면서도 다른 쿠바의 일상을 자연스럽고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도록 안내한다.

이들 자매는 사진을 좋아해 사진을 업으로 삼은 자매다.

쿠바에 가기 전 그들은 여행 일정을 짜는 대신 쿠바에 관련된 것이라면 책, 영화, 신문 기사를 가리지 않고 무엇이든지 찾아보고 공부했다고 한다.

이로써 남들이 본 쿠바는 모두 돌아본 셈. 쿠바에 도착하자마자 바쁜 일정이 시작됐다.

하늘을 한가득 채우며 널려 있는 빨래조차 그림 같아서, 공부했던 쿠바와 다른 모습도 너무 많아서, 하나도 놓치지 않고 담아 오기에 일상은 너무도 빠듯했기 때문이다.

이 책의 특징이라면 열 마디 말보다 한 장의 사진으로 쿠바를 안내하는 점을 들 수 있다.

혁명이니, 사회주의니, 침탈 속의 역경과 고난과 같은 설명은 없다.

그래서 처음에는 불친절하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계속해서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긴 설명이 필요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사실 쿠바는 혁명의 나라이며 체 게바라를 떼놓고 상상할 수 없는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 저자들은 "이곳에 오니 체 게바라는 대단한 상품이다. 혁명 이후 또다시 체 게바라를 통해 쿠바는 관광혁명을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 언제가는 체 게바를 이용한 혁명축제를 하게 될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말로 혁명의 쿠바가 아닌 일상의 쿠바로 포커스를 맞춘다.

저자들은 "나와 가장 오랜 시간을 같이한 것들, 나를 묵묵히 지켜 준 것들, 단 한 번도 혁명을 꿈꾸지 않은 것들, 지치지 않은 오래된 순응. 계산되지 않은 가장 진정한 혁명, 아무 반란없이 승리하는 꽃 피우는 법에 대하여"라며 낡은 가재도구들과 주택들, 거리의 풍경, 골목길 아낙과 아이들을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또한 무엇보다 이 책이 즐거운 것은 쿠바에서 우리는 이렇게 아름다웠다며 포장해 놓고 부러워해 주기를 바라는 허세도 없고, 쿠바에 대해서 모든 것을 알고 왔다는 거만도 없다는 것이다.

우리의 일상과 다른 쿠바의 일상을 자연스럽고도 아름답게 바라보고, 가슴 아파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쿠바를 느낀 그대로, 있는 그대로 담아 왔기에 이제 우리가 쿠바를 느끼면 된다.

유명 관광지 사진은 몇 장 없지만 이 책을 끝까지 보고 나면 쿠바 구경 잘하고 왔다는 느낌이 들 것이다.

/조혁신기자 mrpen68@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