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재현장에서 ▧
   
 


"올해도 들러리였다. 매년 그래 왔다." 16일 서울고검 및 서울고검 산하 9개 지검에 대한 국정감사 현장에서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의원들이 10여곳의 피감 기관들 가운데 2~3곳에 대해서만 질의를 쏟아냈다.

인천지검 등 지방지검들에 대한 관심은 없었고, 전국적인 이슈와 연관이 있거나 대선에 영향을 주는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등에 대해서만 무한한 관심을 드러낸 것이다.

이날 서울고검 청사에서 열린 국감의 피감기관은 서울고검과 서울중앙지검, 서울동부지검, 서울남부지검, 서울북부지검, 서울서부지검, 의정부지검, 인천지검, 수원지검, 춘천지검 등이었다. 하지만 현장의 분위기는 최교일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인사 청문회를 방불케 했다.

앞서 최 지검장이 이명박 대통령 일가를 의식해 내곡동 사저 의혹 관련자들을 기소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내용의 보도가 나온 것과 관련해 의원들이 최 지검장의 이같은 발언을 두고 질타를 하는 데 집중한 것이다. 최 지검장은 이를 해명하는데 바빴고, 똑같은 질문에 같은 답변을 또 내놓는 해프닝도 일어났다.

이와 함께 의원들은 BBK 사건과 관련된 허위사실 유포죄 등으로 복역 중인 정봉주 민주통합당 전 의원의 가석방이 최근 불허된 것을 놓고 난타전을 벌이는 등 피감 기관들의 업무와 전혀 관련이 없는 정치적인 질의도 잇따랐다.

가석방 업무 소관은 법무부다. 의원들은 그러면서도 인천지검 등 비서울 지검들에는 눈길 조차 주지 않았다. 국정 감사권은 국민 대표기관인 국회가 행정부를 비롯한 여타의 국가기관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권한이다.

피감기관들은 국회의 비판에 적극적인 해명을 하기 위해 몇 달 며칠 밤을 새워가며 자료를 준비한다. 의원들의 진심 어린 관심과 날카로운 질의가 피감 기관들을 한 단계 성장 시킬 수 있는 '거름'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국정 감사 운영처럼 특정 기관에 대해서만 관심을 갖는다면 소외된 피감 기관들 스스로가 '들러리'라고 여기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시간이 부족하다면 일선 지검들을 몰아서 할 게 아니라 인천경찰청과 인천시에 대한 국감처럼 독립적으로 분류해 국감을 진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범준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