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재현장에서 ▧
   
 


"최근 엄청나게 많은 수의 정체 모를 나방이 나타나 고추와 포도 등 우리가 피땀으로 키운 수확물을 갉아먹고 있습니다. 방역을 해도 잘 죽지도 않아 큰 일입니다." 지난 9월9일과 14일 인천 연안도서인 문갑도와 장봉도를 찾은 인천의제21 일행들에게 섬주민들이 처음으로 한 하소연이었다.

문갑도에서 우리가 묵은 민박집에는 매쾌하고 따가운 소독약 냄새가 진동했다. 민박집 주인이 궁여지책으로 모기와 파리를 잡은 소독약을 뿌린 것이다. 하지만 집에서 새어나는 빛을 찾아온 이름 모를 나방을 내쫓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가로등 빛이 강해진 밤에는 나방의 수가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었다. 인천의 포도의 대표적인 산지인 장봉도, 무의도 지역은 그 피해가 더 크다. 당분이 포함된 포도액을 쫓아 나방이 포도를 감싼 봉지 속으로 파고 들어 마구 분진을 퍼트리며 갉아먹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 옹진군 덕적면, 북도면, 자월면 등 연안도서와 인천 내륙 일부지역에 처음보는 남방계 갈색나방이 들끓고 있다. 특히 주민들은 포도, 고추 등 가을철 수확작물을 갉아먹으면서 분진을 퍼트려 큰 피해를 보고 있다며 하소연이다. 하지만 관할 행정당국인 옹진군은 이 나방에 대한 이름조차 모르고 있었다. 옹진군은 이 나방의 출현시기가 지난 8월말 북상한 태풍 '볼라벤'이 지나 간 시점과 맞물린다는 정도만 알아낸 상태다.

주민들도 태풍 볼라벤 이후에 갑작스럽게 그 수가 늘어나 섬 곳곳에서 큰 피해를 주고 있다고 얘기하고 있다. 옹진군이 새로운 종인 이 나방에 대해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민원도 속출하고 있다. 8월말 이후 현재까지 옹진군에는 하루에 몇 건씩 이 나방에 대한 피해를 제기하는 전화가 걸려오고 있다. 하지만 군이 내놓은 답은 그저 방역작업을 할 수 없으니 지켜보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옹진군의 대답은 핑계였다. 이미 인천농업기술센터는 이 나방의 이름 '중국계 멸강나방'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옹진군이 조금만 관심을 갖고 다른 연구기관 등에 문의했어도 대처방법도 나왔을 것이다. 옹진군이 멸강나방으로 수확작물의 피해를 본 섬주민들을 위한 행정을 펼쳤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든다.

인천농업기술센터는 "소수의 멸강나방이 충청남도 태안 등에서 넘어와 그 이름과 서식환경, 습성 등을 파악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많은 나방이 나타난 것은 처음이다"고 설명했다. 군 관계자는 "어민들의 피해 접수가 많지 않아 방역 등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며 "하지만 방역시기는 현재 성충일때는 거의 하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가 있는 한계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노형래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