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재현장에서 ▧
   
 


재산 상속 문제로 다투는 형제를 보곤 한다. 재밌는 것은 형제의 다툼이 재산의 규모와는 그다지 상관없다는 점이다. 상속 받을 재산이 많으면 많은 데로, 또 적은 면 적은 데로 형제는 한 치의 양보도 않는다. 왜 일까? 아마도 부모의 유산은 물질적 가치를 넘어 정서적 사랑을 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부모의 유산은 곧 자식에 대한 믿음이고 인정하고 있다는 무언의 뜻이다.

그래서 누구보다 가깝게 지내야 할 형제는 부모 유산(관심)을 조금이라도 더 얻어내기 위해 다툼을 멈추지 않는다. 인천항만공사과 인천지방해양항만청의 경우가 이와 같다. 인천항 발전을 위해 존재하는 양 기관은 형제와 다름없지만 툭하면 부딪힌다. 예산과 인사권을 갖고 있는 상부 기관인 국토해양부와 연결된 사항이라면 더욱 그렇다.

얼마전 있었던 국제여객터미널 기공식은 양 기관의 갈등을 그대로 보여 줬다. 19일 열린 기공식에는 300여명의 지역 인사가 참석해 인천항의 높아진 위상을 지켜봤다. 적어도 겉으로 보여진 기공식 모습은 인천의 숙원사업 해결을 축하하는 성공적인 자리였다. 하지만 이날도 역시 국토부로부터 인정받기 위한 양 기관의 신경전은 계속됐다.

이날 행사 진행 및 공식 의전은 항만공사가 맡았다. 그러나 전체 행사 일정을 기획하는 과정에서 항만청과 소통은 없었다. 심지어 항만청은 권도엽 장관의 참석 여부도 모르고 있을 정도였다. 항만청 관계자는 "국토부 장관이라면 직속 최고 상관이다. 그런데 의전은 커녕 참석 여부조차 알 길이 없었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인천항을 강타한 태풍 '볼라벤' 때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항만공사와 항만청은 피해 상황실을 꾸리고 볼라벤에 대비했다. 철저히 준비한 덕분에 인천항은 별 다른 피해 없이 볼라벤을 보낼 수 있었다. 문제는 그 후 불거졌다. 항만공사가 서둘러 태풍 피해 최소화를 홍보했고, 항만청은 자신들의 고생은 빠졌다며 입을 내밀었다.

형제의 다툼을 보는 주변의 시선은 곱지 않다. 진실이 무엇이든, 함께 뜻 모아 인천항을 걱정해야 할 양 기관의 갈등을 지켜보는 바닷가 사람들의 시선도 부정적이다. 양 기관의 화합과 소통이 곧 인천항 발전임을 누구나 알고 있다.

/배인성 경제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