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윤경

빅토르 하라(Victor Jara)를 아는가?

그는 칠레 출신의 가수이다.

먼저 그의 노래를 들어보자.

"일어나 저 산을 바라봐/바람과 태양과 물이 나온 그곳을/너는 강의 움직임을 만들고/네 영혼이 날아오르게 씨뿌렸네//일어나, 그리고 자라나기 위해/네 손들을 보렴. 네 형제의 손잡고/피로 하나되어 갈 거야/오늘은 내일이 될 수 있는 시간/우리를 해방시키자//이 비참함 속에 우릴 지배하는/것들로부터 정의와 평등이/우리를 지배할 수 있도록 하자/계곡의 꽃이 마치 바람처럼 휘날리고/내 총알은 불처럼 모든 걸 정화하네//끝내는 여기 이 땅에서 네 의지를/실천하는 거야 우리가 싸울 수 있게/너의 힘과 가치를 주렴 계곡의 꽃이/바람처럼 날리고 내 총의 총알은/마치 불처럼 모든 것을 정화하네//일어나, 그리고 자라나기 위해/너의 손을 보렴 네 형제의 손을 잡고/모두 피로 하나되어 가자/지금은 우리들의 죽음의 순간/아멘"

빅토르 하라의 자작곡 '한 노동자에게 바치는 기도'라는 노래다.

빅토르 하라는 1935년 9월 칠레 산티아고의 변두리 빈민지역에서 태어났다.

그는 라틴 아메리카 민중의 전통과 고난을 보고 느끼면서 마르크스주의자가 된다.

그는 안데스 민속음악을 복원하고 저항 가요를 창작해 국제적 명성을 얻으며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킨다.

그는 결코 가진 자들을 위해 노래하지 않았고 오로지 민중의 편에서 기타를 잡고 노래를 불렀다.

1970년 대통령 선거에서 그는 노래를 무기로 파시스트와 보수우익에 날카로운 비판을 가해 칠레의 연립 민주정부인 아옌데 정부가 승리하는 데 기여한다.

그러나 1973년 9월 11일 피노체트의 쿠데타로 아옌데 대통령이 대통령궁에서 저항하다 사망하면서 칠레의 인민연합 정부는 붕괴하고 만다.

그리고 하라 역시 칠레 스타디움에서 강제구금을 당하고 손목이 부러지는 혹독한 고문 끝에 살해당했다.

오늘은 빅토르 하라의 삶과 라틴 아메리카 민중가요인 누에바 깐시온을 소개하는 책 <노동하는 기타, 천일의 노래>(배윤경·이후)를 소개한다.

이 책은 2000년에 출간되었으나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아직도 구할 수 있다.

누에바 깐시온은 라틴 아메리카의 해방을 위한 투쟁을 예술적으로 추구하고 이를 표현하는 유사한 과정을 가리키는 용어다.

이 양식은 1960년대부터 라틴 아메리카 전역에서 구체화 되었다.

쿠바에서는 누에바 뜨로바라는 노래운동으로 칠레에서는 누에바 깐시온이라는 운동으로 이름만 달리 했을 뿐이다.

사실 케이팝(K-Pop)을 위시한 아이돌 가요가 판치는 오늘날 우리에게 누에바 깐시온은 낡고 생소한 노래들이다.

하지만 음악을 포함한 예술의 위대한 힘은 국경과 언어, 민족을 초월하는 데 있다.

빅토르 하라는 자신의 치열했던 삶 속에서 민중의 언어로 약자의 삶을 전 세계에 전파했다.

사실 민중가요란 어느 특정계급만의 노래가 아니다.

전 세계의 대다수 민중들은 자신들만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그런데 제국주의, 자본주의, 상업주의가 확산되면서 전 세계 인류의 노래들은 위축되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의 정서를 담은 노래는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고 비주류로 내몰리고 있는 게 현실 아닌가?

매스컴에서 한류를 떠들지만 그것이 과연 한국의 정서이자 삶인지는 따져봐야 한다.

이렇듯 누에바 깐시온으로 대변되는 민중가요 저항음악은 인간 삶의 다양성과 보편성을 지키는 보루 역할을 한다.

하라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노래를 혁명을 위한 투쟁 무기로 여긴다.

그는 "예술가란 진정한 의미에서 창조자이지 않으면 안된다.

그럼으로써 그 본질 자체로부터 혁명가가 되는 것이다.

그 위대한 소통능력 때문에 게릴라와 마찬가지로 위험한 존재가 바로 예술가인 것이다"라고 말한다.

"예술가는 창조자이자 위험한 존재이자 혁명가이어야 한다"라는 하라의 말에 나는 백퍼센트 동감한다.

그리고… 지금 글을 쓰는 나로서는 혁명가가 되지는 못해도 적어도 창조자이자 위험한 존재로 살다가 생을 마감하고 싶은 바람을 갖고 있다.

이 책을 꼭 읽어보시고 빅토르 하라의 음악도 들어보시기를.

/조혁신기자 mrpen68@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