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기

국제 곡물가가 급등하고 있다.

2007년부터 2008년 사이에 쌀, 밀, 옥수수 등 주요 곡물의 가격이 3배 이상 폭등했다.

그러자 육류, 관련 식품, 공산품 가격이 연쇄적으로 상승해 인플레이션 압력이 경제 전반에 번져나가게 됐다.

인플레이션의 원인이 농업분야에서 시작되었다 해서 이를 에그플레이션(agflation)이라 칭하기도 한다.

식량 수입국인 우리나라 경제는 이 같은 곡물가격 급등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을까? 당연히 없다. 게다가 우리 농업이 직면한 현실을 살펴보면 우리 농업과 경제는 암울하기 그지없다.

이번 주에는 농업의 가치와 중요성 그리고 한국 농업의 갈 길을 모색하고 있는 <한국 농업 길을 묻다>(이용기·푸른길)란 책을 소개한다.

우리나라 경지면적은 세계 95위 수준이다. 농가 1인당 경지면적은 세계 꼴지 수준이다.

국토면적이 우리의 삼분의 일밖에 안 되는 네덜란드도 우리보다 경지면적이 넓고 농가 1인당 면적은 4배나 달한다.

우리나라 농업의 바닥 모를 추락은 산업화 정책을 추진하며 농업을 그 희생양으로 삼은 유신정권 시절부터 시작되었다. 그리고 WTO 출범 이후 우리 농업은 붕괴됐다.

이 기간 동안 도시와 농촌 간의 소득격차가 벌어져 농가소득은 도시가구의 65%까지 추락했다.

WTO 체제 이전까지만 해도 우리 농업은 10년 동안 연평균 11%의 농업소득 증가를 보였다.

그런데 WTO 첫해 1050만 원이었던 농업소득이 10년 이 지난 후에는 1180만 원으로밖에 증가하지 못했다. 이는 연평균 1.2% 증가다.

소비자물가지수를 고려했을 때 농가 소득은 사실상 감소한 것이다. 거기다가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이후 2009년엔 970만원까지 소득이 추락했다.
자 이제는 우리 농업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해봐야 할 때이다. 그런데 현 정부의 농업정책은 푸대접 일색이다. 한미FTA, 한EU FTA, 한중FTA 등은 우리 농업을 고사시키고 있다.

<한국 농업 길을 묻다>는 먼저 이 같은 우리 농업의 암울한 현주소를 고발한다.

저자 이용기는 FTA 찬성론자들의 공산품 수출로부터 얻는 이익이 농산물 수입개방으로 인한 피해를 능가할 것이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우리 경제에 이익이라는 논리를 정면 반박한다.

아니 오히려 농업을 소외시키는 산업화 정책은 미래의 국가 경쟁력을 약화시킨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국내총생산(GDP) 2%에 불과한 농업이 왜 중요한가? 성장과 고용, 수출, 외화획득, 자본축적에 있어 어떠한 역할도 못하고 있는 농업이 왜 중요한가?

먼저 농업은 필수 식량을 공급하는 산업이자 토지를 포함한 자연자원을 본질적 생산요소로 하는 특수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말은 농업은 산업적, 시장적 가치로 평가절하 할 수 없는 다원적이고 공익적 기능이 있다는 뜻이다.

농업은 생물의 다양성을 유지하는 환경의 보고다.

또 홍수조절 등 수자원 보존, 농촌지역 사회 유지, 국토의 균형발전, 전통문화의 계승 보존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즉 농업의 붕괴는 우리 자연환경과 우리 전통문화, 국토의 균형 붕괴를 의미한다.

저자는 우리 농업을 살리기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와 정책개발이 요구된다고 강조한다.

또한 착한 소비, 윤리적 소비 등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를 농업에 대한 '빅 푸시(Big Push)'라고 칭한다.

"미국산 쇠고의 안전성을 보이기 위해 대통령과 정부가 나서 시식회 이벤트를 벌이는 나날에서 농업 농촌의 발전은 요원하다. 농민의 조합인 농협이 국방부에 수입산 쇠고기를 납품하고 자회사가 비료 가격 담합을 하는 나라에서 농업 농촌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고 저자는 비판한다.

우리는 시장에서 사과나 포도 한 상자를 볼 수 있다.

그런데 사과 한 상자는 5만원, 포도 한 상자는 2만원 짜리 가격만의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다.

거기에는 아름다운 들녘의 풍경, 과수원의 경관, 자연보존, 식량 보존 등등의 가치가 담겨 있는 것이다.

/조혁신기자 mrpen68@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