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호
   
 


계간 <황해문화> 가을호(통권 76호)가 발간됐다.

<황해문화>는 이번 호에서 올해 총선에 핵심 이슈로 떠올랐고 오는 대선에서도 '복지'와 함께 핵심 이슈로 등장할 것으로 보이는 '경제민주화'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황해문화>는 '경제민주화'란 무엇인가? 혹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그것이 과연 인간 세상에서 실현될 수 있을까? 경제와 민주주의는 아예 양립 불가능한 것이 아닌가? 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전문가들로부터 들었다.

우리 정치에서 경제민주화가 조금이나마 진지하게 다뤄지기 시작한 것은 '국민의 정부'가 출범하던 무렵이라 하겠다. '민주적 시장경제'여야 하는가 아니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발전'이어야 하는가를 두고 논쟁도 있었다. 그러나 정부의 선택은 후자로 정해졌고, 민주주의는 시장경제에 발조차 들여놓지 못했다.

이런 사정은 그 후로도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심해졌다. 시장만능주의 또는 시장지상주의가 대세가 되었다. 민주주의는 시장경제의 적으로 불리기도 했다.

18세기 스코틀랜드의 스미스와 19세기 잉글랜드의 밀이 함께 대표하는 경제사상을 자유주의라고 부른다면, 자유주의자는 경제민주화를 어떻게 규정하고 평가할까? 박순성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의 '고전적 자유주의와 경제민주화'란 글을 통해 경제민주화의 개념과 역사를 살펴보고 있다.

민경국 강원대 경제학과 교수는 '하이에크, 신자유주의 그리고 경제민주화'란 글을 통해 20세기 오스트리아 출신의 하이에크가 대표하는 경제사상에 대해 밝히고 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제권력으로서의 재벌과 사회적 통제 - 케인즈의 시각으로 본 경제민주화'란 글을 통해 20세기 영국의 케인즈가 대표하는 경제사상을 되짚어본다. 박경로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공정경쟁과 복지의 제도화 - 미국의 경우'란 글에서 미국에서 추진된 '뉴딜'을 검토하고 있다.

양준호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후 일본의 경제민주화 - 재벌해체 및 노동개혁을 중심으로'란 글에서 패전국 일본의 '경제민주화'를 검토한다. 양 교수는 '재벌해체'와 '노동개혁'을 누가 왜 추진하려 했고, 누가 왜 저지하려 했고, 얼마나 어떻게 이뤄졌는지 살펴보고 있다.

끝으로 김병권은 '18대 대통령 선거와 경제민주화의 주요 쟁점'이란 글에서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경제민주화 방안을 비교하고 평가한다. 두 당이 경제민주화를 대선 공약으로도 내세울 듯한데, 그 공약도 비슷할까? 그들의 공약이 실현되면 경제민주화도 이뤄질까? 이에 대한 대답을 줄 것이다.

또한 <황해문화>는 비평란에서 국방전문가인 김종대 <디펜스 21+> 편집장의 '일본 군사력의 한반도 확대전략 -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은 세 번째 한반도 정벌을 위한 서곡'이란 글을 통해 한미일 정부가 체결하려 하는 한일군사협정의 실체와 삼국의 정부가 무리하게 이 협정을 추진하려는 이유는 무엇인지, 그리고 이 협정이 가져올 파급효과와 그 문제점을 짚고 있다.

조명래 교수는 '캠퍼스 이전의 논리와 대학의 본질'에서 중앙대 안성캠퍼스와 여타 대학들의 캠퍼스 이전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지역사회와 대학 간의 갈등을 살피면서, 대학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일부 대학들은 계획을 급조해 일단 땅부터 차지하고 보자는 식의 날림 계획을 앞세워 대학유치라는 명분을 내세운 지방자치단체들과 한통속이 되어 땅장사에 앞장서고 있는 형국이다. 필자는 대학과 지방자치단체들이 교육기관이자 행정기관으로서 본연의 의무와 의미를 망각한 채 너도나도 땅 투기, 땅장사에 나서게 된 이유와 이를 해결할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현식 인천문화재단 기획경영본부장은 송도 신도시 주민으로서 '생활공간으로서의 송도 신도시'를 소개하고 있다. 송도 신도시는 인천이면서도 인천의 다른 지역과 비교할 때 인구 구성이나 인구 비율에서 크게 구별되는가 하면 대형 상가들도 인천의 다른 지역들과는 다른 모양새다. 필자는 송도 신도시가 이러한 특성을 갖게 된 이유를 세계로 연결되는 도시로 계획됐기 때문이라 본다. 자립형 도시로서 한 도시 안에서 경제활동과 주거, 소비, 교육 등이 한꺼번에 이루어질 수 있도록 철저히 계획된 도시이지만, 개발이 완료되지 않은 현재 시점에서 송도 신도시의 개발이 성공인지 실패인지에 대한 판단은 유보하고 있다.

장세진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유로위기와 우리의 대응'에서 3년째 이어지고 있는 유로위기를 조명하고 있다. 아무리 들어도 그 개념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어려운 유로위기의 개념 정리부터 시작해서 유로위기가 어떻게 발생하고 진행되어 왔는지, 여러 차례 막대한 구제금융의 투입에도 유로위기가 아직도 끝이 보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지, 그것이 우리나라의 외환위기나 미국발 금융위기와 어떻게 다른지, 유로위기의 다양한 전망 중에 어느 것이 가장 유력한지, 그리고 유로위기가 우리나라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며 우리는 이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알기 쉽게 제시하고 있다.

<황해문화>는 이번 호부터 디아스포라로 유명한 서경식 교수가 '우리/미술 순례'라는 주제로 연재를 시작했다. 서양미술에 대해서는 이미 일가견이 있는 서경식 교수가 이번에는 바로 우리 조선민족의 미술에 대해 접근하기 시작했는데, 이 연재는 '나는 무엇인가, 어디에 서 있는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의 답을 '미술'이라는 거울을 통해 찾아보려는 순례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이 연재의 첫 번째 글은 '빨간 치마 - 긍지 높은 촌놈 화가 신경호'로 꾸며졌다.

서 교수가 만난 첫 번째 화가인 신경호는 5·18을 직접 목격하고 경험한 사람으로 5·18 이후 한국 역사와 민중의 삶에 대해 각성하고 많은 독서와 진보적 성향의 선후배들과의 교감을 통해 저항적 인식과 현실비판 의식을 일깨웠다. 신경호 선생은 5·18을 미완의 미술로 나침반과 같은 역할을 했다고 회고했다.

/조혁신기자 mrpen68@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