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가
   
 


<누가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가>(전성원·인물과사상사)는 우리가 알고 있거나 또는 몰랐던 세계사 속 인물들의 감추어졌던 면면을 들춰내며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고 있는 이데올로기의 총체를 형상화하는 책이다.
<황해문화> 편집장인 저자 전성원은 경계를 넘나드는 잡학으로 세계사 속 인물들을 살펴보았다.

저자는 헨리 포드에서 마사 스튜어트에 이르기까지 현대 사회의 주요한 특징을 이루는 근대화와 세계화의 영역에서 우리의 일상에 깊은 영향을 주고 있는 사람들을 통해 사람과 도시, 시대의 형태를 이끌어온 그들의 위업이 내놓은 빛과 그림자를 살피면서 현대인의 위악성을 드러낸다.

이 책은 "우리의 일상을 만든 이들이 누구일까"라는 의문에서 출발해서 그들의 노력이 사람들의 일상을 바꾼 과정을 살펴본다.

포드자동차를 세운 헨리 포드, AK-47 소총을 만든 칼라시니코프, 유통혁명의 근원 월마트를 세운 샘 월튼, 개인이 자신의 선호를 음악에 담을 수 있게 한 소니 워크맨을 만든 모리타 아키오, 침묵하는 다수의 마음을 읽은 여론조사의 선구자 조지 갤럽, PR(Public Relation)을 학문의 수준으로 이끈 에드워드 버네이스, 콜라를 세계화한 로버트 우드러프, 바나나를 세계화한 새뮤얼 제머리, 20세기를 석유의 세기로 만든 존 D. 록펠러, 화약 기업으로 시작해 끊임없는 변신으로 200년간 세계를 지배해온 듀폰사, 작은 생쥐 하나로 글로벌 미디어 제국을 세운 월트 디즈니, 세계인을 고객으로 모신 호텔의 제왕 콘래드 힐튼, <플레이보이>로 성 혁명을 일으킨 휴 헤프너, 행복한 가정을 꿈꾸게 하는 마사 스튜어트, 70억 인류를 가능케 한 풍요의 발명자 프리츠 하버까지 … .

포드자동차를 세운 헨리 포드의 꿈은 "대중을 위한 자동차, 가격이 저렴해서 중산층도 구입할 수 있는 자동차"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당시 미국 노동자 일인당 연평균소득의 두 배 정도로 비싼 자동차로는 이 꿈을 실현할 수 없었다. 그가 생각해낸 것은 컨베이어 벨트도 테일러 시스템도 아닌 "자동차 한 대를 제작하는 모든 공정에 따라 거기에 꼭 맞는 도구와 기계를 만들고 일일이 작업 공정 순서대로 배치"한 것이다. 이제 포드주의적 생산 체제에 편입된 노동자는 기계를 조작하는 인간이 아니라 기계에 의해 조작당하는 인간이 되고 만다.

칼라시니코프가 나치 독일에게서 조국 러시아를 구하기 위해 개발한 AK 소총은 인류의 가장 잔인하고 비열한 무기 '소년병'을 만들어 낸다. "AK 소총이 빚어낸 가장 큰 슬픔은 이 소총이 가볍고 다루기 쉬운 데다 매우 저렴하기 때문에 예전에는 병사로 징집되지 않던 18세 미만의 소년 소녀까지 병사로 이용된다"고 말한다. 또 보잉747기로 유명한 보잉사는 민항기 시장의 강자로 알려져 있지만, 보잉이 만든 B-29는 1945년 50만 명의 사망자와 102만 명의 사상자를 낸 도쿄 대공습을 낳았다.

전 세계 15개국에 5000개가 넘는 매장에서 150만 명 이상의 직원들이 일하는 월마트는 마진을 없앤 값싼 물건을 소비자에게 공급해 미국 최대 유통기업이 되었고 세계의 비즈니스 관행을 변화시켰다. 이런 대형 마트를 탄생시킨 1930년대 유통혁명은 역설적이게도 대공황 때문이었다.

PR을 학문으로 끌어올린 에드워드 버네이스는 "대중의 관행과 의견을 조작하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중요한 요소이다. 사회의 이 보이지 않는 메커니즘을 조작하는 사람들이야말로 국가의 권력을 진정으로 지배하는 '보이지 않는 정부'를 이룬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자유의 횃불 사건을 이용해 여성의 담배 소비를 찬반논쟁에 붙인 것으로도 유명한 버네이스는 그러나 중남미의 바나나 공화국을 다스리는 '국가 안의 국가' 유나이티드프루트컴퍼니를 위해 더러운 PR 작업을 마다하지 않았다. 버네이스는 "유나이티드프루트를 위해 과테말라의 아르벤스 정권을 공산주의와 연계시킨 일련의 정보공작"을 펼치기 위해 언론인들과 과테말라를 여행했다.

이처럼 지금 우리의 삶은 누군가의 천재성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 그러나 그들 또한 역사의 수레바퀴에 삼켜졌고 이들의 위선적인 또는 위악적인 행동 하나하나가 세계사의 장면들을 구성하였다고 저자는 바라보고 있다.

저자 전성원은 계간 <황해문화> 편집장이다. 1986년 올림픽선수촌 아파트 인근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건국대 근처 사회과학서점 인에 들락거리다 우연찮게 건국대 사태를 목격했고, 이후 시위 현장을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1987년 서울지역고등학생운동연합(서고련)을 결성해 그해 겨울 공정한 대통령선거와 교육민주화를 주장하며 명동성당에서 벌어진 농성시위에 참여했다. 이후 3년간 막노동자로 전국을 떠돌다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에 진학했다.
졸업 후에 광고기획사에서 한보그룹 등의 브로슈어나 관련 책자들을 만들다가 새얼문화재단에 입사해 2012년 현재까지 <황해문화> 발간에 조력하고 있다. '사람으로 본 20세기 문화예술사 - 바람구두연방의 문화망명지'의 운영자이며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다>, <아뿔사, 난 성공하고 말았다>를 공동으로 펴냈다. 536쪽, 1만8000원

/조혁신기자 mrpen68@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