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13일 분단 55년만에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 북한 땅을 밟았다.

 김 대통령의 2박3일 평양 방문은 불신과 대립, 갈등과 반목으로 점철됐던 지난 반세기의 불행했던 분단사를 청산하고 화해와 협력, 평화공존의 새로운 길을 열어나가는 「민족평화의 거보(巨步)」라는 의미를 지닌다.

 특히 이번 평양행을 통해 지구상 최후의 냉전지대로 남아있던 한반도의 긴장완화, 평화공존이 가시화될 경우 동북아와 전세계의 평화와 안전에도 기여할 가능성이 높아 미·일·중·러 등 주변국들의 시선도 온통 한반도에 쏠려 있는 상황이다.

 김 대통령은 이번 방문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단독 및 확대 정상회담을 통해 허심탄회하게 민족의 내부 문제를 논의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 성사가 누구의 중재나 개입이 없이 남북한이 당사자 원칙에 입각해 스스로 이뤄낸 성과물인 만큼 이번 정상회담의 논의 방향 또한 한반도 평화와 협력, 민족의 장래 문제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김 대통령 취임후 일관되게 추진해온 화해·협력과 평화공존의 대북포용정책이 남북간 실질 협력관계의 확대와 한반도 평화정착에 크게 기여해온 점을 평양 당국도 상당부분 이해하고 호응하고 있다는 점도 회담의 전도를 밝게 하고 있다.

 이번 회담의 낙관적 전망은 그동안 정상회담 추진 과정을 통해서도 읽을 수 있다.

 김 대통령이 지난 3월9일 베를린 선언을 발표한 이후 남북 비밀특사간 비공개접촉을 통해 급속한 진전을 보인 정상회담 막후 협상은 한달만인 4월8일 정상회담개최에 합의하기에 이르렀고 4월10일 이를 대내외에 천명했다.

 이어 5차례의 남북간 준비접촉을 거쳐 지난 18일 실무절차합의서를 채택했으며 통신·보도 및 의전·경호 분야 실무자 접촉 3차례를 통해 대부분의 사항에 합의하고 지난달 31일 선발대가 평양에 파견되는 등 회담 진행은 초스피드로 진행돼 왔다.

 물론 당초 12일로 예정됐던 김 대통령과 대표단의 방북이 북한측의 「기술적 준비」 문제로 하루 연기되긴 했으나 일정이 하루 순연된 것외에는 큰 변동이 없다는 것이 정부측의 설명이다.

 회담의 의제는 구체적으로 나와 있지 않다. 다만 우리 정부는 눈앞의 가시적인 성과에 집착하기보다는 남북간 교류와 협력을 축으로 상호 이해와 신뢰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한다는 생각이다. 분단 55년만에 양측의 두 정상이 만나서 직접 대화를 나눈다는 것 자체가 역사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남북정상간 민족의 화해와 단합, 교류와 협력, 평화와 통일을 실현하는 문제에 대해 상대방의 입장을 더욱 잘 이해하는 가운데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모색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경제협력과 이산가족 문제 등은 시급하고 절실한 문제인 만큼 실질적 진전이 있도록 노력한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어서 가시적 성과 여부가 주목된다.

 또한 김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한반도의 이해관련국인 미·일·중·러의 입장도 고려하면서 상호위협 감소 등 한반도 냉전체제 종식노력도 병행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김 대통령의 방북실현 자체가 탈냉전의 국제정세 분위기가 성숙된 결과이고 또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반도 평화분위기가 고조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남북의 두 정상은 이번 평양대좌를 계기로 불행한 과거를 청산하고 민족내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들을 논의함으로써 남북 관계가 정상궤도로 진입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만들 것으로 전망된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