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곤의 교육편지 - 김상곤
   
 


우리나라 교육? 참 후진적이다. 우리나라만큼 국가가 교육에 절대가치를 두고 이른바 교육에 '올빵'하는 나라가 세계 어디에 있을까?

그러면서도 교육에 대한 일말의 기대감마저도 상실케 하는 '멘붕'의 교육.

나는 어린 시절에 인간 개개인의 행복과 가치를 최고에 두고 이를 존중하는 세계 이성주의에 역행하는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안고 이 땅에 태어났다…"라는 문구로 시작하는, 쇼비니즘적인 '국민교육헌장'을 달달 외워야만 했다.

하지만 천만다행히도 수업시간마다 몽둥이를 들고 '봉춤'을 추었던 교사의 무지막지한 체벌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국민교육헌장'이란 걸 외우지 않았다.

뭐 내가 잘나서 그런 건 아니고 들판에서 친구들과 개구리를 때려잡고 메뚜기를 사냥하며 붕어를 수렵하면서 놀기 바빴기 때문이다.

어쨌든 나는 위대하신 '각하'의 명령을 불복종한 죄로 교단으로 끌려 나가 복날 개처럼 무수히도 얻어터졌다.
그리고 머리를 빡빡 밀고(아, 이거 어디 전쟁터나 삼청교육대에 끌려가는 분위기다!) 중학교에 입학했을 때, 인천에서 소위 사립명문이며 가톨릭 건학 정신을 구현하고 있다는 학교는 교문 앞에서부터 도살장 분위기를 풍기며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를 보면 나오는 장면인데, 등교시간에 교문을 지키고 있는 선도부 '행님'들이 눈알을 부라리고 있었고 교사들은 학교에 야구부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빠따'를 휘두르고 있었다. 중학교 첫 등굣길? 정말 내겐 공포이자 충격이었다.

그런데 그러한 전율과 공포는 교실 안에 들어선 순간 새발의 피였다.

교사들은 온갖 이유를 들어 학생들에게 따귀를 날리고 몽둥이찜을 가했다. 체벌? 폭력? 그건 그저 잔인한 고문이었다.

의자에 앉혀놓고 손을 들게 한 후 허벅지에 내리치는 몽둥이찜부터 손가락을 모으게 한 후 손톱 밑 지문이 있는 부위 때리기, 란닝구만 입게 하고 등을 구십 도로 구부리게 한 후 대나무 회초리로 등짝을 후려갈기는 방법 등등, 정통 무협지에나 나올 법한 갖가지의 구타 초식이 교실과 운동장 한구석에서 현란하게 펼쳐졌다. 당연히 이 폭력과 고문의 피해자는 대개 가난하고 공부 못하는 학생들이었다.

또한 모범학생들에게 '비밀경찰', '비밀요원'의 면허를 부여해 휴식시간이나 청소시간에 장난을 치거나 떠들거나 태도가 불량한 학생들을 적발해 학생과에 고발하도록 하는 제도가 있었다.

재수 없게도 나는 무슨 이유에선지 고발되어 방과 후에 운동장에 끌려가 무려 두 시간여 동안 '순화교육'을 받은 적이 있었다.

내 잘못을 뉘우치고 피눈물을 흘리며 회개, 속죄할 때까지 운동장 흙바닥에서 구르고 뛰고 엎어지고 뒤집어져야 했다.

다리가 풀려서 버스 계단을 제대로 내려서지 못해 안내양 누나(정말 착한 누나다. 이 누나 시집가서 귀여운 자식들 낳고 잘 살고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의 부축을 받아야했다.

잡소리가 정말 길었다. 오늘은 위에 언급처럼 '엿 같은' 교육을 이젠 정말 끝내고 학생이 행복한 교육 풍토에 대해 생각해보고 대안을 찾아가는 책을 소개한다.

바로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의 <김상곤의 교육편지>(한겨레출판사)라는 책이다.

앞서 내가 언급했던 '봉춤'과 온갖 고문에 동의하는 분들은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없다. 그냥 그렇게 계속 그 따위로 인생 살면 된다.

하지만 이 지긋지긋한 학벌주의와 비인간적인 무한경쟁, 이로 인해 파생금융상품처럼 번식하는 왕따, 학교폭력, 사회폭력, 양극화와 빈부격차 등을 개선하고자 하는 분들은 이 책을 반드시 읽어보시라.

김상곤 교육감은 "아이들 사회에서 발생하는 편견과 차별, 그리고 그것이 낳는 왕따와 폭력 등은 어쩌면 우리 어른들 사회의 축소판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혹시 합의되거나 검증되지도 않은 기준을 잣대로 사람의 우열을 가르는 사회인 것은 아닌지 성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성적, 재산, 성별, 직종, 심지어 용모나 출신 지역으로 사람을 줄 세우고 우열을 가리지는 않았는지, 그 와중에 잉여 또는 열등으로 분류되어 억울한 일을 겪은 수많은 사람들의 고통과 분노에 찬 외침에 귀를 닫은 것은 아닌지 반성할 필요가 있습니다다."고 말한다.

쉽게 말하자면 더 나은 사회,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이루기 위해선 교육이 잘 돼야 한다는 소리다. 꼭 필독하기를.

/조혁신기자 mrpen68@itimes.co.kr